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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세평]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곳, 동물이 행복한 동물원은 없어
2020년 06월 12일 (금) 00:33:34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 deupress@ac.kr

  9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향한 곳은 부산 초읍동의 `성지곡동물원'. 그 날은 모처럼의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불어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그런 기막힌 날이었다. 동물원에서 데이트하고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하며 들뜬 마음은 동물원을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참하게 깨져 버렸다.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기억만을 가진 채 방문한 동물원은 동물 감옥이었다. 그 당시 나는 동물 운동 활동가도 아닌 일반 직장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런 나의 눈에 비친 동물원 동물들의 모습은 무기력하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지금에야 알 수 있었지만 그때는 몰랐던) 그리고 너무나 슬픈 눈망울과 녹이 슬대로 슬어 삭아가는 철망과 엉성한 울타리와 오줌과 똥이 한가득한 시멘트 바닥… …. 게다가 심한 악취까지.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동물운동가가 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그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었다.
 본디 동물원은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침략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승자가 패자의 모든 것을 착취했던 땅, 사람, 자연, 그리고 동물도……. 착취한 동물들은 전쟁의 승전보와 함께 승자의 영토로 옮겨져 승리를 만끽하는 도구로써, 위대한 지도자의 업적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써 이용됐다. 이후, 자본이 결탁하면서 희귀한 동물들이 돈벌이가 되는 시절이 도래하였고 야생의 서식지에서 저마다 수천수만 년 고유의 생활을 하던 야생동물들이 서식환경과 전혀 동떨어진 지구촌 곳곳으로 팔려나가게 되었다. 과거, 착취와 억압의 상징물이 사실상 동물원의 기원이 된 것이다.
 1752년 오스트리아 빈에 세워진 쇤브룬 동물원을 근대 최초의 동물원으로 본다. 이후 유럽에서는 각 국가가 유행처럼 동물원을 만들었고 1829년 영국의 런던동물원이 만들어지기 전까지의 동물원들은 단순 동물 전시에만 국한되었다. 이후 영국에서 만들어진 `동물학회'가 중심이 되어 런던동물원을 단순 동물 전시만이 아닌, 비교해부학적 자료를 축적하고 도서관을 만드는 등의 목표를 가짐으로써 동물원의 `종보전의 과학적 순기능'이라고 애써 포장된 역할을 추가시켰다.
 동물원은 종보전의 역할, 공원(Park)으로의 역할, 교육의 장으로의 역할 등등 허울 좋은 미명 아래 많은 동물의 착취와 학대가 이루어졌다. 세상의 빠른 흐름 속에서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동물을 오로지 인간의 흥미를 위해 이용하던 현 상태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는 동물원의 전시 형태를 여러 차례 바꾸기도 하였고 나아가 환경이 너무 달라 사육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들(북극곰, 코끼리 등)의 전시를 중단하는 동물원도 생겨나게 된 원인이기도 했다.
 필자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싱가포르 동물원을 3회 방문을 했으나 그 큰 동물원의 동물들이 행복해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필자 주관적인 감정이입의 결과일 수도 있었겠지만 원치 않는 시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동물들의 고충이야 굳이 필자 주관이 아니더라도 알만한 상식은 아닐까? 좋은 동물원과 나쁜 동물원의 차이는 무엇일까? 제국주의의 산물로 남아 과학과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포장되어 있는 동물원에 좋고 나쁘다는 판단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까?
 국내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의 25% 이상이 근친교배로 태어났고, 무한한 정형행동을 반복하는 코끼리가 있는가 하면, 걸레를 빤 듯 더러운 물속에서 헤엄치고 다니는 캘리포니아 물개가 있는 동물원은 어떤 과학적,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을까?
 평소 접할 수 없는 야생동물을 자연스럽게 관찰하면서 인간과 동물 간 교감을 추구한다는 것은 순전히 인간의 입장만 고려한 인간중심주의 입장이다. 동물원은 아무리 자연환경과 유사하게 꾸며진다고 해도 철저히 인공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동물이 아닌 인간을 위한 공간이다. 인간이라고 동물들을 짓밟을 권리는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구는 인간과 자연, 동물이 다 함께 공존하는 터전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동물원이 꼭 존재해야 할까. 좋은 동물원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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