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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진 공간  
초여름 바람맞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돈다
2020년 06월 11일 (목) 23:06:52 김라현 기자 sbdfng@naver.com

 코로나로 생활 반경이 좁아지자 동네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집안 생활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멀리 여행을 가는 대신 동네 산이나 공원을 찾기 시작했다. 구름 없이 맑아 걷기 좋은 날에 산책 삼아 동네를 둘러봤다. 
 우리 대학 지천관 뒷길로 내려가면 나오는 골목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빨랫줄에 가득 널려있는 옷가지와 바람에 빙빙 돌아가는 바람개비 등 정겨운 풍경이 보인다. 정오의 해가 뜨겁게 내리쬐는 탓인지 거리는 한적했다. 고양이들도 더위를 피해 차 아래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낮은 담벼락 너머로 열을 식히기 위해 마당에 물을 뿌리는 모습이 보였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아랫집에는 어르신들이 모여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대학이 들어서기 전 자리를 지켰던 세월을 증명하듯 낡은 건물을 볼 수 있다. 구멍가게를 허물고 새롭게 들어선 건물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가야여중 버스 정류장으로 빠져나오면 차도를 앞뒤에 두고 고깃집과 카페 등 음식점이 모

여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점심 특선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 수업이 없는 공강 시간에 내려오는 학우들도 많다. 밤에는 술을 먹으며 어울리는 그들 덕분에 골목은 항상 왁자지껄하다. 
 가남시장 버스 정류장 인근에 30년 동안 골목을 지킨 `현대 상회'가 있다. 우리 대학이 생기고 주택가가 식당가로 바뀌는 90년대부터 가게를 열었다. 주인 최동화(가야 74) 씨는 "학생들이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없어서 골목이 멈춘 것 같다"라며 활기를 되찾길 바랐다. 
 110-1번 버스 노선을 따라 한참 걸어 내려오다 사거리를 건너면 가야초등학교를 끼고 있는 가야시장이 나온다. 미용실과 꽃집, 채소가게 등 가게 종류가 다양하다. 손님이 뜸하지만 가게 앞을 정리하고 이웃과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일상을 이어오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시 학교 쪽으로 올라가다 오른쪽 샛길로 빠지면 감고개공원이 나온다. 수정터널로 끊어졌던 가야 1동과 2동을 작년 감고개공원이 준공되면서 다시 이어주고 있다. 과거 동네에 감나무가 많아 감고개라 불렸던 것이 공원 이름의 유래이다. 카페, 사랑방, 체험관, 도서관과 같이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도 있다. 크지 않은 규모의 동네 공원이지만 알찬 구성으로 지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 한가로운 오후 벤치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는 "가야동은 복지시설이 모여 있어서 편하고 자꾸 새로운 게 생겨서 좋다"며 가야동의 장점을 꼽았다. 날이 더워지면서 해가 진 뒤 가족과 함께 산책하거나 기구를 이용한 운동을 위해 공원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공원을 뒤로하고 `소문난 가야 맛거리'가 있는 가야 2동으로 향했다. 맛집을 안내하는 이정표와 지도가 곳곳에 놓여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늦은 오후에도 손님 없는 가게가 없었다. 1957년부터 형성된 거리는 택시와 버스 기사들의 입소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가야 일대는 국밥이나 밀면, 오리고기 등 부산에서도 맛집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값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도 많이 들린다.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가야공원이 나온다. 가야공원은 달성 서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다고 서씨공원이라고 불렀는데 시민에게 개방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계곡이 있는 부근에 오리집이 모여 있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지역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벌써 저녁이 되었다. 해가 진 김에 9번 마을버스를 타고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다. 버스의 종점인 제1효민기숙사는 학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걸어 오르기엔 힘들어서 학우들 사이에 악명 높지만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숨은 명소다. 굳이 고개를 내밀지 않아도 한눈에 가야동이 내려다보였고 오늘 걸었던 장소도 보여 반가웠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가 아파트 단지와 상가로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추억이 깃들었던 장소가 사라지자 사람들의 애정도 예전 같지 않다. 동네는 단순히 지역을 뜻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교류를 통해 유기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면서 만들어진 특별한 생활 공간인 것이다. 코로나로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주변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게 된 덕분에 사라졌던 동네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서로 베풀고 나누는 것처럼 동네와 주민도 소통하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맛집과 산책 코스 등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지금 이 시기가 어쩌면 동네의 의미를 되살리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환했던 주택가의 불들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회사와 가게 등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이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가야동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김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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