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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철새들만의 온전한 쉼터
그 안에 한 걸음 다가갔던 먹이 주기, 방사, 습지걷기 체험
2019년 12월 04일 (수) 18:29:30 조희주 기자 jo37377@naver.com

도시의 작은 섬, 을숙도를 다녀오다

낙동강하류철새도래지는 부산과 김해평야 사이의 넓은 하구지역으로 삼각주와 모래언덕으로 구성된 삼락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등을 일컫는다. 남쪽이라 물이 잘 얼지 않으며 풍부한 먹이와 사람들의 발자취가 적어 많은 철새가 찾는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자 국가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79호이기도 하다. 낙동강 끝자락에 위치한 을숙도는 갈대와 수초가 무성하고 낙동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이라 낙동강하류철새도래지 중 가장 많은 철새들이 찾는 공간이었다. 한때 낙동강 하구 둑이 완성되면서 개체가 줄어들었으나 꾸준히 이어진 습지 복원 사업 이후 더욱 다양한 종류의 철새가 찾아와 장관을 이루고 있다.
2007년 건립된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을숙도 내의 철새공원 보전 및 관리와 동시에 철새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시민들에게 관련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시민들과 철새의 공존을 위해 기획된 `제10회 겨울철새맞이 행사'에 함께했다.
가장 먼저 겨울 철새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에 참가했다. 먹이를 줄 새는 청둥오리와 고방오리, 흔히 백조라고 알고 있는 큰고니였다. 이 새들은 잠수를 하지 않고 물 위를 떠다니며 풀과 낙곡을 먹는다. 옛날에는 낫으로 곡식을 수확해 낙곡이 많았지만 최근 정밀화 된 기계 작업으로 떨어지는 곡식이 줄어들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새들의 원활한 먹이 공급을 위해 주기적으로 곡식을 뿌리고 있다. 이번 먹이 주기 체험도 그의 일환으로 물에 쉽게 썩지 않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는 볍씨를 활용한다는 해설사의 설명이 더해졌다.
인공습지에 도착하자 멀리 새들이 보였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지만 해설사는 "새는 종마다 경계하는 거리가 있다"며 지금 볍씨를 근처에 던지면 1시간 뒤에는 새가 이곳에 몰릴 것이니 섭섭해하지 말라며 체험자들을 위로했다. 볍씨가 가득 든 자루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동이 났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2층에서 습지 방향 통유리와 망원경을 통해 근처까지 날아온 새들의 모습을 이후로도 자세히 지켜볼 수 있었다. 먹이를 먹기 위해 물가까지 올라온 새들도 관찰이 가능했다.
을숙도 내에는 부상을 입은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하여 재활을 돕는 부산야생동물치료센터가 있다. 이번 행사를 맞아 치료를 마친 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체험이 이어졌다. 상자 안에 갇힌 새들이 갑갑한 듯 요동쳤다. 수의사는 지금은 기운차지만 한 때는 아팠던 새들이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 자연으로 돌려보낼 새는 흰뺨검둥오리와 황조롱이 총 5마리로 직접 날려 보낼 사람을 뽑았다. 먼저 흰뺨검둥오리를 좁은 상자에서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개를 펄럭이며 멀리 사라져졌다. 새가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오리가 전부 날아가고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맹금류인 황조롱이가 박스에서 나왔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긴장했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사람들을 공격하려 했다. 기운 찬 모습에 앞서 날아간 새들처럼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됐다.
운이 좋게 직접 날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장갑을 낀 손으로 잡은 황조롱이의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벗어나려고 움직이는 황조롱이를 하늘로 날렸다. 멀리 날아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좋았겠지만 얼마가지 못하고 물가에 앉았다. 수의사는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며 체험이 끝날 때까지도 움직이지 않으면 다시 센터로 데려가 치료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끝으로 수의사는 "어미 새가 새끼를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따라가지 못한 아기새가 낙오되고는 한다"며 "오늘 날아간 아이들도 어렸을 때 왔던 새가 자란 것이다"라며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노을이 질 무렵 `을숙도 습지걷기 체험'이 시작됐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제한구역으로 들어갔다. 강사는 "우리가 지금 들어온 곳은 동물들의 공간이고 그들의 구역을 침범한 것이기에 조용히 해야 한다"며 마이크를 끄고 주의사항을 이야기했다. 갈대와 억새가 빼곡한 길을 걷는데 하얗고 동그란 것이 길가에 가득했다. 강사에게 묻자 고라니와 각종 새들의 배설물이라며 영역표시라고 말했다.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한 동물들이 길가까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 지역이 온전히 자연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알 수 있었다. 계속 걷다 보니 짚과 풀로 철저하게 위장된 탐조대가 보였다. 사람들은 각자 가져온 망원경으로 철새들을 구경했으며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기 바빴다.
강사는 원래 탐조대에서 체험을 마치지만 날이 좋아 을숙도 남단까지 걸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며 길을 앞장섰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갈대와 억새 사이로 습지에 자러온 새들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길과 습지의 거리가 가까워 새들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들어본 적 없는 걸쭉한 울음소리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저 멀리 사하구와 명지를 잇는 을숙도대교가 보였다. 

이 다리 또한 설계 직전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철새들의 먹이터를 우회해 곡선으로 만들어졌다. 그들의 노력 덕분인지 대교 근처에서도 심심치 않게 새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번화가에서 조금만 걸어왔을 뿐인데 자연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를 포함해 철새 소식에 찾아온 사람들이 동물들을 위한 공간을 침범한 방해꾼처럼 느껴졌다. 을숙도는 새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가로등을 최소화하고 인간이 다니기 좋게 길을 다듬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면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직접 다가가기보다 그들의 공간을 인정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공존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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