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6 금 10:57
> 뉴스 > 문화 · 정보
     
거리의 낙엽, 따뜻한 커피 한잔과 무척 어울리는 곳 추억의 모습을 간직한 책방골목에 가다
2019년 11월 20일 (수) 11:44:10 문화부 deupress@deu.ac.kr
   

우리 대학과 가까운 서면에는 유명 중고서점들이 있다. 이 중고서점들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목록별로 수납된 책들까지 일반 서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뛰어든지 10년이 넘었으니 원활한 운영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 기억 속의 중고서점은 이와는 다른 모습이다. 책 한 권 구하기 위해 구석구석 헤집어야 하고, 문장에 그어진 줄과 표지 뒷장 낙서가 주는 즐거움 그리고 먼지떨이를 들고 입구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아저씨가 그려지는 곳, 헌책방이란 명칭이 더 어울리는 그런 장소이다.

부산에서는 그런 아날로그적인 추억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남아있다.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보수동 책방골목을 다녀왔다.
10월 마지막 주에 찾은 보수동은 쌀쌀한 공기와 파란 하늘, 거리의 낙엽과 무척 어울리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오토바이 한 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 사이에 30여 개의 헌책방이 빼곡히 마주 서 있다. 오래된 종이냄새를 풍기며 사람 키만큼 높이 쌓여있는 책에게서 정겨움이 느껴졌다. 평일인데도 아이와 함께 찾은 가족, 팔짱 낀 노부부까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서점 안과 골목 어귀에서 가을 한낮을 즐기고 있었다.
갑갑한 실내 서점과 달리 책방마다 고서, 그림, 잡지들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갤러리에 구경 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6·25전쟁 중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북에서 피난 온 한 부부가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를 팔면서 형성되었다. 어려운 시절에도 높은 학구열 탓에 찾는 사람이 많아 70~80년에는 대략 100여 곳이 성업을 이루었다고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수많은 학생들이 저렴한 교재와 학습지를 구입하기 위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대형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들의 기세에 책방들은 활력을 잃었다.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문 닫는 가게들이 늘어나 보수동 책방골목 전체가 위기였다.
그 안에서 책방골목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은 이어졌다. 2004년부터는 꾸준히 문화축제도 열고 있다. 10월 중에 열리는 축제기간 동안 전시를 비롯해 책 만들기, 책탑 쌓기, 1책방 1이벤트, 동화 연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다. 어린이 도서관, 책방골목 문학관 등 상시적인 문화시설도 생겨났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문화적인 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들이 빛을 발해 관광객들이 찾는 문화의 거리가 되었다.
매스컴을 타고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며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거듭났다. 그러나 책방 주인들의 사정은 다르다. 직접적인 수익이 되기보다는 사진을 찍거나 호기심에 구경하러 들리는 유동인구가 늘어난 탓에 수년간 임대료가 급상승하고 있다,
대우서점은 보수동에서 40년 넘게 자리해 온 대표 서점 중 하나이다. 특히 단골들로 구성된 `대우독서회'를 마련해 독서토론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3개 점포 가운데 한 곳을 정리하게 되었다. 건물주가 점포를 비우라는 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책방골목 내 다른 건물도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보니 서점들의 걱정은 커져만 가고 있다.
최근 부산 중구청에서는 기존의 시설 설비 투자 이외에 서점들의 실질적인 임대료 지원 방안, 세제 혜택 등을 포함한 `지역 서점 활성화 및 지원 조례안'을 제정했다. 또한 부산시 주관 부산형 OK 일자리창출 공모사업에 '1인 미디어로 보수동 책방골목을 디자인하다'가 선정되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직접적인 수익창출과 안정화를 위한 대책들이 운영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북카페로 변신한 고서점에 들러 커피 한잔에 휴식 시간을 가졌다. 책방골목을 따라 올라가면서 손때 묻은 책과 한쪽 구석에 놓은 오래된 LP판을 구경하며 걷고 있는데, 코너를 돌자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카페 골목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사이 새로운 모습의 서점 2곳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낭독서점詩집'은 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시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이 함께해 특색있는 곳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시 낭독회가 열린다. 바로 옆의 `마이 유니버스'는 1인 출판물과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독립서점이다. 자기만의 책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기 모임도 가진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바닥만 한 에세이, 개인 여행 후기, 아마추어 사진집까지 일반 서점에서 접할 수 없는 재미있는 책들이 가득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직장생활의 고달픔을 그려낸 방송작가의 `직장수난기'쯤으로 보이는 책을 한 권 사들고 나왔다. 오래된 책방골목에서 느껴보는 새로움이 묘하게 다가왔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지역 역사가 담긴 문화 자산의 가치를 가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도 엿보았다. 가을 한낮의 짧은 나들이였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득 채우고 돌아오는 길은 즐거웠다. 자주 찾을 것 같은 예감과 함께.

ⓒ 동의대신문(http://www.deupress.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최근 인기기사
연명의료결정제도, 장기기증에 대해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
멀게만 생각했던 죽음은 내 곁에
[선거]예술디자인체육대학 정:백종
[선거]공과대학 정:김우영 (토목
[선거]IT융합부품소재공과대학 정
[선거]한의과대학 정:이주영(한의
[선거]의료보건생활대학 정:정혜원
[선거]상경대학 정:김현호(유통물
[선거]총학생회 최준영(도시공학전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14-714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엄광로 176번지 동의대학교 상영관 3층 동의언론사 신문편집국
Tel 051-890-1792~3 | Fax 051-890-1819
Deupress.or.kr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08 동의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eupress@de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