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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체험기-기자 DO 한다> 가을에 무르익은 은행 열매, 직접 요리하다
2019년 11월 15일 (금) 16:17:14 김승윤 수습기자 tmddbs287@naver.com

 가을이 되면 노란 은행잎들이 수북이 쌓여 운치를 더한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은행 열매는 고약한 냄새로 통행에 피해를 준다. 그런데 피하고 싶어 하는 은행을 줍는 아주머니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문득 그들은 주운 은행으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은행에는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영양소가 들어있어 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흔히 조림이나 밥으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혈액순환을 도와 수족냉증이나 심장질환에 효과적이고 집중력을 높여줘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에도 도움을 준다.
 평소 은행에 관심이 없어 이런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내가 직접 은행을 채집하고 요리해보며 정보를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대학 도서관과 혜안지 앞에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에서 채취해보기로 했다.
 9월 말 늦은 가을 태풍으로 학교의 은행이 모두 사라졌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다행히 도서관 길목에 열매가 많이 남아 있었다. 떨어진 것 중 모양이 예쁘고 멀쩡한 것만 골라 봉지에 담았다. 외과피는 옻과 같은 성분이 있기 때문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피부가 벗겨질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괜히 겁이 났다. 은행 줍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쳐다봐 조금 부끄러웠다.
 은행 손질의 첫 번째 과정은 열매 바깥쪽의 외과피 제거다. 검색해보니 물에 넣어 불리면 더 잘 벗겨진다 해 통에 담가 뒀다. 하루 동안만 넣어두려고 했지만 까맣게 잊어버렸다가 냄새가 나 발견했다. 은행은 흐물거렸고 담가둔 물에서도 시큼한 냄새가 났다. 불어버린 외과피는 그냥도 잘 으깨졌다. 은행을 흐르는 물에 바락바락 씻자 하얗고 딱딱한 겉껍질이 나왔다. 외과피를 계속 벗기다 보니 은근히 재미가 있어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예쁜 씨앗을 보니 냄새나던 은행이 깔끔해져 뿌듯했다. 깨끗하게 행군 씨앗을 쟁반에 펴 창가에서 말렸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려면 겉껍질을 까야 하는데 딱딱한 껍질이 알맹이를 감싸고 있어서 공구를 사용해 깨야 한다. 도구를 쓰다가 손을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사용했다. 펜치로 은행을 잡고 망치로 내리치는 데 힘 조절을 잘 못 해 겉껍질뿐만 아니라 은행알 여러 개도 깨졌다. 한알 한알 공들여 씻은 게 망가져 마음이 아팠지만 계속 까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능숙하게 예쁜 은행알만 얻을 수 있었다.
 요리를 하기 위해 은행을 프라이팬에 넣고 슬슬 볶다 보니 속껍질이 날렸다. 불을 끄고 반쯤 익은 은행을 접시에 옮겨 식힌 후 휴지로 비벼 남은 속껍질을 모두 제거했다. 완전히 익히기 위해 다시 불에 올렸는데 급하게 볶았더니 몇 알이 타버려 아까웠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예쁜 노란색은 나오지 않고 익히기 전과 비슷한 연두색만 띌 뿐이었다. 은행이 덜 익었나 싶어 반을 잘라 살펴보고 만져봤는데 속까지 잘 익어있었다. 볶은 은행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맛을 보았다. 조금 쌉쌀했지만 쫀득해서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지금까지 은행에게 장점이 있는지 몰랐다. 우리 몸에 좋은 효능이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독성이 있어 성인 기준 10∼15알을 넘게 먹으면 설사와 구토 등의 증상을 불러올 수 있다. 이번 체험은 평소에 지나쳤던 것에게 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되었다. 은행을 채집하고 손질과 요리까지의 과정을 거치며 그것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1년 동안 과실을 맺어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은행을 앞으로는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고 꺼리지 않고 흥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김승윤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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