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5 목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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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영화를 사랑했던 故 윤배희(영화) 씨의 부모님 윤장섭, 조성자 부부
"머슬맨 장학금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2019년 09월 02일 (월) 16:54:12 조희주 기자 jo37377@naver.com

지난 6월 영화학과에서 감동적인 장학금 시상식이 있었다. '머슬맨 장학금'은 올해 1월 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던 윤배희 씨의 안타까운 부고를 기리며 미래의 영화인을 위해 학부모가 전달하는 특별한 장학금이다. 특별 심사위원으로 과제전을 함께했던 윤배희 씨 부모님인 윤장섭, 조성자 부부를 지난 8월 대구에서 만났다.
윤배희 씨는 처음부터 영화에 빠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그림,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고 중학생이 되던 해부터 글쓰기에 흥미를 가지다가 아버지에게 받은 시나리오 책을 계기로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된 윤배희 씨는 장르에 상관없이 모든 영화를 찾아봤다. 한 장면이나 등장인물, 배경을 이야기하면 제목을 맞힐 수 있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새벽까지 영화를 챙겨보던 그를 떠올리며 두 분은 "영화를 위해 준비된 아이였다"고 말했다. 개인 카메라가 생기고 나서는 옥상과 집을 배경으로 짧은 영상을 만들며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키워나갔다.
우리 대학에 입학한 그는 영화를 촬영하는 다양한 기술과 전문적인 장비들을 통해 실력을 키워나가며 1학년 과제전에서 남성의 자존심과 심리 묘사가 뛰어난 `머슬맨'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교수님이 "1학년의 작품이 아닌 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꿈을 키워가던 그를 막은 것은 무서운 병이었다.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지 3일 만에 CT 검사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다. 백혈병이었다. 하지만 윤배희 씨는 여러 번 골수 이식을 받으며 복학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치 않았다. 투병 생활 중에도 집에 있는 동안은 영화를 꼭 챙겨보며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여해 영화에 대한 열정을 키워갔다. 몸은 점점 나빠졌지만 그럼에도 그는 좋아하는 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영화 평론가를 꿈꾸며 휴대전화를 통해 다양한 영화들을 감상했고, 전문가들의 평가를 보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윤배희 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영화가 함께 했다. 부모님은 영정 사진과 함께 교수님과 학우들의 배려로 영화학과 강당에서 생전에 만들었던 5개의 단편 영화와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강의실을 둘러봤다. 이후 그의 유해는 자신이 만든 단편 영화에서도 등장했던 수영만에 뿌려졌다.
그가 떠난 후 부모님은 그가 좋아하던 것들을 되돌아봤다. 그러던 중 윤배희 씨의 대학 생활 중 가장 즐거워했던 영화 과제전이 떠올랐다. 그가 못 이룬 꿈이 후배들을 통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부부의 바람이 담겨 `머슬맨 장학금'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과제전으로 인해 힘들었을 아이들에게 용돈이라도 쥐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은 학생이 애착과 열정을 가지고 영화에 점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머슬맨 장학금'은 매 학기 주어지는 단편 영화 결과물을 학과 교수님과 윤배희 씨 부모님이 심사해 우수한 작품을 만든 학생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이다. 부부는 장학금으로 10년간 매년 50만 원씩 기부를 약정했다. 첫 장학금 시상식에 참여한 부부는 "좋은 영화 20편을 본 것 같아 매우 즐거웠다"며 "교수님과 달리 그 학생에 관한 정보 없이 순전히 작품만으로 평가하다 보니 오로지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학금 대상 심사가 처음이었던 그들은 구체적인 평가 기준 없이 윤배희 씨를 떠올리며 감독의 고민이 보였던 작품을 선정했다.
최근 아버지 윤장섭 씨는 드론을 공부하고 있다. 과제전을 보고 난 이후 풍경 촬영에 도움이 됐으면 해서 배우고 있다. 그는 "학생들이 촬영하다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돕고 싶다"며 이어 "언제든지 작품전에 불러준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조성자 씨는 영화학과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감독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그들은 윤배희 씨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몇 번이나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은 기부식에서 영화학과 학생들을 보며 영화를 순수하게 사랑했던 윤배희 씨를 떠올렸다. "한 편의 좋은 영화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윤배희 씨를 보는 것 같았다"며 "동의대학교 영화학과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잊지 못할 것 이라고 했다.

조희주 기자

2학년 과제전의 심사에 직접 참여해 수상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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