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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과 핸드드립으로 느낀 원두커피의 매력
생두를 볶아 원두가 되고, 또 한 잔의 향긋한 커피가 되기까지
2019년 09월 02일 (월) 16:58:16 김승윤 수습기자 tmddbs287@naver.com

Again,
Go East

강릉하면 커피가 먼저 떠오른다. 약 20년 전 국내 최초의 바리스타 박이추 명인을 비롯한 이름난 커피 명인들이 이곳에 자리 잡은 후 교육 과정을 통해 커피문화를 알린 까닭이다. 강릉은 자판기 커피 맛도 다르다는 소문이 돌면서 작은 항구였던 안목항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명소가 되었다. 10월마다 커피 축제도 개최된다.
주문진항과 사천진항 사이, 푸르른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작은 방파제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때문이다. 강릉은 작가 김은숙의 고향이기도 하다.
깨끗한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한 초당 순부두는 몽글몽글한 특유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으로 유명하다. 두부 짬뽕, 순두부 젤라또 등 새롭게 변신한 전통 음식도 재미있다.
최근 서핑 붐을 타고 전국의 바닷가가 들썩거렸다. 서핑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강릉 해변가는 파도를 즐기려는 서퍼들로 가득하다. 원한다며 초보들도 서핑을 즐길 수 있다.
강원도는 지난 4월 화마에 휩싸였다. 많은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지만 지역경제가 입은 타격은 컸다. 강원시는 `강원도 여행이 곧 자원봉사'라며 캠페인을 펼쳤다.
`Again, Go East'
그래서 우리도 그곳으로 향했다.

 

강릉은 로스팅 커피를 전문적으로 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깨끗한 물을 기반으로 맛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강릉은 바리스타 1세대인 박이추 선생과 테라로사 공장이 자리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커피 도시가 되었다. 커피가 문화로까지 자리 잡으면서 커피를 제대로 마시려는 사람들이 직접 로스팅을 하고, 핸드드립의 추출방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강릉에서 오래도록 커피공방을 하면서 커피 수업을 병행하는 카페를 방문할 기회가 생겨 직접 로스팅에 도전했다. 로스팅 할 원두는 꽃다발이라는 별칭을 가질 만큼 매력적인 향과 신맛을 가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다. 처음 본 생두는 연한 녹색이었고 풋내가 났다. 로스팅에 앞서 깨지거나 썩은 생두인 결점두를 골라냈다. 결점두는 정상원두에 비해 고르게 볶아지지 않고 쉽게 타버리기에, 원두 본연의 맛을 맛보려면 골라내야 한다.
불을 최대한 약하게 조절해 생두를 볶았다. 뚜껑을 잡고 중국집 요리사들이 웍 질을 하듯이 냄비를 돌리기 시작했다. 냄비가 데워지자 금세 고소한 향이 났다. 뚜껑을 열어보니 연두색이었던 생두가 먹음직한 갈색으로 익어있었다. 더운 날 불 앞에서 계속 커피콩을 볶다 보니 팔이 아파 조금 힘들었다. 불에 약한 커피콩은 쉽게 타기 때문에 골고루 익히려면 한눈을 팔지 말고 열심히 웍 질을 해야 한다.
콩과 비슷한 원두는 적당히 익으면 껍질이 벗겨진다. 껍질을 다 골라낸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손잡이를 돌리니 고소한 향이 가게 안을 꽉 채웠다. 드디어 완성된 커피가 내 손에 들어왔다. 드립을 위해 드리퍼에 여과지를 고정하고 커피 가루를 평평하게 부었다. 안에서부터 바깥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물을 붓자 커피 가루가 부풀어 올랐다. 물을 일정하게 뿌려야 가루에 고르게 물이 흡수되어서 좋은 커피가 추출된다. 같은 종류라도 로스팅 정도와 물의 양, 온도 등 미세한 차이가 커피의 맛에 영향을 준다. 커피를 200띀 정도 추출하고 향을 맡자 향긋했다. 내가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는 향이 약했다. 하지만 생두를 고르는 과정부터 물을 붓고 커피를 내리는 과정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내리기까지의 노력이 담겨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다. 커피의 향을 느끼고 씁쓸한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해 평소처럼 설탕을 넣었다. 설탕을 넣은 커피는 본연의 맛이 사라지고 본래의 맛과 단맛이 서로 겉돌아 어색했다.
로스팅 체험을 마치고 강릉에서 유명한 박이추 커피 공장에 들렀다. 카페에서 로스팅했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와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예멘 모카 마타리도 주문했다. 세계 3대 커피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예멘 모카 마타리다.
박이추 커피 공장의 커피를 머금었을 때 처음 느낀 것은 진한 향이었다. 그 후 바로 신맛이 느껴지면서 입에 침이 고였다. 커피를 삼키고 나자 입안에 남은 것은 묵직한 단맛이었다.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맛을 발견해 놀랐다. 주문한 또 다른 커피인 예멘 모카 마타리는 혀를 가볍게 치고 가는 신맛이 특징인 커피였다. 상큼하고 개운한 맛이 입안을 가볍게 돌고 사라졌다. 레몬 같은 과일을 먹은 듯 했다. 원두에 따라 맛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몰랐다. 볶은 커피콩들이라 고소한 맛만 나고 다른 맛은 별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느껴지는 단맛, 신맛, 탄 맛들이 다른 원두를 썼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지금까지 커피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잠을 쫓으려는 목적으로 빠르고 진한 기계식 에스프레소를 탄 아메리카노만 습관처럼 마셨다.
핸드드립 커피는 이와 확연히 다르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원두를 고르고, 그라인더에 갈아 뜨거운 물로 추출하기까지 천천히 기다려야한다. 여유를 가지고 향을 음미하며 내리다보면 공과 시간을 들인만큼 온전히 커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바쁜 일상,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며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김승윤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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