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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세평]배제와 차별로 이어지는 혐오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2019년 06월 03일 (월) 15:45:08 송오영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장 soy1984@nhrc.go.kr

2017년 대한민국은 인구 전체의 14%가 노인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17년 기준 평균수명은 82.7세이며 환갑을 맞이한 사람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지 않는다. 노년기는 제2의 인생 시작이며 은퇴 후 인생이 더욱 중요하다는데 모두가 공감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노인 인권은 잘 보장되고 있을까.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이며 1인당 국민총소득이 약 3만 달러에 이르는 대한민국에서 노인 인권을 비롯한 일부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생계를 위해 실제 일을 그만두는 나이는 70세가 넘으나 직장에서 퇴직하는 시기는 50세 전후이고 이후에는 비정규직 등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한다. 전통적 의미의 가족부양이 약화되면서 노인 간 돌봄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한 노인이 치매 환자인 배우자를 10여 년간 돌보다 지쳐 살인하는 비극도 발생했다. 홀로 사는 노인도 증가하고 있으며 뉴스를 통해 고독사 소식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지난해 인권위에서 발간한 노인 인권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의 40%는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50% 이상이 청장년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같은 질문에 대해 대다수의 청장년은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90%)과 대화의 어려움(80%)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어 세대 간 갈등도 우려된다.
이러한 실태 때문일까. 흔히 00충 등으로 대표되는 혐오 표현은 노인을 예외로 하지 않는다. 틀딱충, 할매미, 연금충 등의 단어가 인터넷과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되고 확대·재생산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노인 당사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기에 취약한 노인들은 이러한 단어가 젊은 세대에서 사용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노인에 대한 혐오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인권위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한 전문가는 청년들이 사적·공적 영역에서 노인과 관계를 맺을 기회가 거의 없는 반면 지하철에서 임산부와 싸우는 노인 등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부정적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이 확대·재생산됨으로써 노인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사회의 경제발전 속도가 서구에 비해 매우 빨라 세대 간 경험과 격차가 심화된다. 이로 인한 가치관 차이, 청장년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 결혼 및 저출산 문제, 노인세대가 미래 세대의 부담이라는 사회적 인식 등과 맞물려 확산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노인 혐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 등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필요하다. 노인을 주제로 한 문화콘텐츠의 역할도 무엇보다 중요한데 영화 `인턴'이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드라마 `눈이 부시게' 등 노인의 삶이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는 청년 세대가 노인에 대해 이해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인식 변화이다. 노인도 한때 청년이었으며 청년은 언젠가 노인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이다.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과 혐오는 그 파괴력에 비해 개인의 죄의식은 미약한 특성이 있는데 이는 결국 배제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노키즈존에 이어 노실버존이 생길지도 모르며 언젠가 배제되는 대상이 바로 우리일 수도 있다.
때문에 상호 세대 간 이해, 존중과 인권 감수성을 바탕으로 우리는 혐오·차별과 맞서야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장난처럼 사용하는 표현들(예를 들어 흑형, 김치녀, 한남, 맘충을 비롯한 00충 등)은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한다.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타인을 존중하고 인권문제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해질 것을 제안한다.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 혐오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며 다른 이들의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그 문제를 함께 지적해보자. 작은 실천은 우리 사회를 바꾸는 큰 힘이 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다.

송오영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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