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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체험기-기자 DO 한다 - <선입견에 얽매일 필요 없었던, `산부인과 진료'>
2019년 06월 03일 (월) 12:51:53 정혜선 기자 jhsun1025@naver.com

올해 자궁경부암 검진 통지서를 받았다. 치과나 내과를 가서 진료받는 것은 익숙하지만 산부인과는 왠지 가기가 꺼려진다. 어디에 이상이 생겨서 찾는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그럼에도 생애 첫 진단을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병원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 친구들에게 얘기를 꺼냈다. 그들은 진료 의자를 `굴욕 의자'로 부르면서 검사받을 때 수치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나만의 걱정이 아니란 생각에 위로가 됐다. 이후 인터넷으로 산부인과를 갔다 온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봤다. 출산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질염이나 자궁경부암 등을 예방하거나 검사받기 위해 찾는 사람도 많았다.
자궁경부암은 검사 시에 출혈이 생길 수 있지만 질염 검사는 출혈이 없고 간단하다는 글을 봐서 고민됐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를 가는 것이지만 미룰 수 있으면 질염 검사 뒤에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상담하고 난 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병원은 학교와 가까우면서 여자 의사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골랐다. 남자 의사 선생님은 상담과 진료 시에 부담될 것 같아서 되도록 피했다.
혼자 산부인과를 가는 것이 두려워서 친구에게 함께 가기를 부탁했다. 나는 산부인과가 2층 정도로 이루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방문한 곳은 산후조리원까지 포함된 11층 건물이었다. 생각보다 큰 건물에 당황했지만 외려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할 것 같아서 부담이 덜했다. 원무과에는 접수와 수납을 기다리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보였다. 접수할 때 여자 선생님께 진료 받기 원한다고 말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모든 진료가 그렇듯 기다리는 동안 혹시나 내 몸에 이상이 있으면 어떡하지 덜컥 걱정이 들었고 사람들이 무섭다고 하는 진료 의자와 마주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초조해졌다. 마지막 생리 기간, 특별히 몸이 안 좋은 곳은 없는지 간단한 상담 후 질염 검사를 위해 하의를 탈의하고 의료용 치마를 입었다. 탈의실에 나오니 간호사가 진료 의자로 안내해줬다. 내가 생각했던 의자는 수술대처럼 초록색일 줄 알았는데 분홍색상이라 의외였다. 또 의사 선생님과 둘이서 진료를 보는 줄 알았는데 간호사도 같이 진료실에 들어와서 민망했다. 진료 의자에 앉아 남에게 다리를 벌리는 자세를 처음 취하다 보니 어색함과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지만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의 침착한 표정보고 평정심을 찾았다. 본격적으로 진료가 시작되기 전 하반신을 가리는 초록색 가림막이 쳐져서 덜 민망했다. 진료 자체는 일반 주사기 바늘에 찔린 느낌과 같아서 아프지 않았지만 이물감이 크게 느껴졌다. 5분 남짓 검사한 줄 알았는데 시계를 보니 사실상 30초도 안 걸려서 놀랐다. 상담과 진료 모두 마친 뒤 친구에게 갔더니 "30분 걸릴 것 같다더니 10분도 안 되서 나왔네"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진료가 어땠는지 얘기해주니 "나도 다음에 와야 겠네"라며 덧붙였다.
검사 결과를 알기 위해 다음날 아침에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다시 찾았다. 전날 산부인과를 방문했을 때는 혹시나 나를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면 이날은 여유로웠다. 어머니와 함께 한 탓도 있지만 한 번 와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뭐든지 처음이 힘든 것처럼 산부인과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느꼈다. 선입견에 갇혀서 이때까지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모든 예방접종과 검사를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다음번에 방문할 때는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다녀올 것이다.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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