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7 금 15:07
> 뉴스 > 문화 · 정보
     
엄마와 함께 본 영화 - 나의 서른에게
2019년 05월 13일 (월) 13:01:12 김라현 기자 sbdfng@naver.com

신문을 만드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정이 이어졌다. 그래도 어버이날을 앞둔 주말이라 오랜만에 울산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까지 모시고 식구들이 다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가 준비한 작은 카네이션과 선물에 기뻐하는 할머니와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더욱 흐뭇했다.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명색이 가족주간인데 엄마와 오붓하게 영화를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영화를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내가 보려했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엄마는 지루할 것 같다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고르고 골라 선택된 것은 홍콩영화 `나의 서른에게'였다.
2017년 작품인 이 영화는 곧 서른이 되는 두 여자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화장품 회사의 직원으로 바쁘게 사는 임약군은 서른이 되는 생일을 며칠 앞두고 마케팅 팀장으로 승진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친했던 동료들과 멀어지게 되고 살던 집이 팔리면서 갑자기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등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어느날 방주인 황천락의 일기를 보게 되는데 그녀의 삶은 자신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항상 완벽하고자 채찍질하는 자신과 달리 황천락은 아픈 몸을 가지고도 하루하루 행복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즐기는 삶을 살고 있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의구심 생길 무렵 치매 걸린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엄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서른이면 세상이 끝날 줄 알았다"

"나는 서른이면 세상이 끝날 줄 알았다"
 똑 부러지는 엄마에게도 미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놀라 고개를 돌리니, 지금과 달리 그때는 서른이면 늦은 나이라고 당시 주변에서 엄마에게 결혼을 강요했고 서른을 준비해야 한다는 충고를 많이 들어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얘기하셨다.
주인공이 친구한테 청첩장을 받고 슬퍼하는 장면을 보면서 엄마는 결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며 나에게도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일 뿐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평소 결혼에 대해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아니라서 엄마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임약군이 승진을 하는 장면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아서 부럽다고 생각한 나와 달리 엄마는 힘들겠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것도 좋지만 높은 자리는 힘이 든다며 올해 내가 신문사 편집국장을 맡았을 때 똑같은 걱정을 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자리가 높을수록 해야 할 일이 늘어나고 외로움을 많이 느낄 거야"라며 나를 안아줬다.

엄마의 이 말 한마디에 갑자기 속상했던 일이 떠오르면서 위로 받고 싶어졌다. 영화를 잠시 중단하고 최근 친구 사이에 좋지 못한 일로 다투었던 일을 얘기했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엄마는 25살 때 학원 교사로 일하면서 겪은 일을 들려주셨다.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들 중에 유난히 상냥하고 예뻤던 한 선생님과 서로를 잘 챙겨주며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선생님들이 엄마에게 화를 냈는데, 이유를 묻고 나서 친하게 지냈던 그 선생님이 험담과 이간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일로 엄마 역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살아가다 보면 자기중심적인 모습, 이중적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된다며 친구와의 다툼 역시 그럴 수 있으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위로해주셨다. 친구의 일방적인 행동에도 `내가 잘못한 점은 없나' 내심 걱정이 남아있었는데 엄마의 말 한마디에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장면마다 엄마와 이야기를 한다고 영화에 집중하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진실한 대화를 나눠 좋았다. 내성적이고 덜렁대는 나와 달리 엄마는 외향적이고 항상 똑부러지는 모습으로 각인되어있다. 언제나 완벽해 보이던 엄마도 미숙했던 시절이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금의 어려움을 견뎌낸다면 나도 어느새 엄마처럼 당당하고 똑 부러지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울산에 올라가는 다음 주말에는 다시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같이 보자고 해야겠다. 배 다른 자매들 이야기라던데 엄마의 반응이 살짝 궁금해진다.
 김라현 기자
 

김라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동의대신문(http://www.deupress.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최근 인기기사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한 삼거리페
[자유발언대]과도한 개입 및 제재
[자유발언대]육체·정신적 질환 뿐
[동의세평]배제와 차별로 이어지는
[기자칼럼]또다시 외양간 된 소방
[사설]WHO의 일방적 게임중독
[동의만평] 죄는 감쌀수록 작아지
[꼴뚜기]
박물관, 부산시교육청 `부산학생꿈
동의청년 마을하자, 건강백세 어울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14-714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엄광로 176번지 동의대학교 상영관 3층 동의언론사 신문편집국
Tel 051-890-1792~3 | Fax 051-890-1819
Deupress.or.kr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08 동의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eupress@de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