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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에서 신선함을 느끼다. 그 시절 갬성, 뉴트로
2019년 04월 05일 (금) 16:04:02 문화부 deupress@deu.ac.kr

# 응답하라 아날로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기억하는가.
허리까지 올려 입은 청바지에 볼펜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돌려가며 음악을 듣고, 곤로 위에서 지은 따끈한 밥에 분홍색 소시지 반찬이 함께하던 시절이 등장한다. 누군가에겐 정겨웠던 어린 시절이고 또 누군가에겐 신기한 옛날 모습들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음악부터 인터넷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요즘이지만 이처럼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새로운 문화 `뉴트로'를 알아본다.
번화가나 대학가 상권을 중심으로 마치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한 물건과 소품으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나 음식점, 주점들이 최근 들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컨대 80∼90년대 학교 앞 분식점이나 시장에서 사용하던 `오봉'이라 불리던 쟁반에 플라스틱 접시를 사용하는 식당이나, LP판으로 음악을 틀어주고 골동품들을 인테리어로 활용한 카페, 저화질 오락실 게임기, 오래된 홍보용 유리잔들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다방, 롤러장처럼 사라졌던 장소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식품업계에서도 뉴트로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위아래 데님으로 코디한 청청패션, 골덴이란 이름이 익숙한 코듀로이 소재에 호피무늬까지 70∼80년대 유행했던 디자인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의류브랜드 업체에서도 꽃무늬 치마, 티셔츠 앞면 가득 빅로고를 집어 넣는 등 촌스러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과자와 음료 등 먹거리의 경우 익숙한 브랜드에 손이 가는 관성 구매가 주류를 이루는 점에서 장수 상품을 이용하는 것에 익숙하다. 지난해 롯데제과는 빠다코코낫, 가나초콜렛 등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의 포장지를 출시 당시의 모습으로 재구성해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어 올해는 단종됐던 제품의 재출시 붐도 불고 있다. 단종됐다가 재출시되는 제품들은 맛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도 특징이다.
삼양식품은 `별뽀빠이' 레트로 제품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별뽀빠이 출시 47주년을 기념해 복고 디자인을 적용한 레트로 뽀빠이와 뽀빠이우유 2종을 선보이며 1980년대 사용했던 로고와 글자체를 그대로 재현했다. 농심은 1990년대 단종됐던 `해피라면'을 30여 년 만에 재출시했다. 80년대 주력 라면이던 이 제품을 기억하는 40∼50대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과거 해피라면 패키지를 그대로 적용했다.
뉴트로 열풍은 여행지에서도 빠질 수 없다. 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골목들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특히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장소들이 뜨고 있다. 서울 익선동, 전주 한옥마을처럼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곳 외에 지역별로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시장이나 골목을 알리기 위해 분주하다.
광주시 `1913송정역시장'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옛 정취를 살리자는 취지로 100년 간 이곳을 지켜온 36개 기존 상점들의 간판 글씨, 가게 형태, 가게 색상 중 하나는 남겨두고, 거기다 상인들의 추억을 담아 제작했다. 1913년에 이곳에서 `매일송정역전시장'이 시작된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름을 바꾸고, 바닥에 건물 연도가 쓰여져 있는 숫자를 남겨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의 모습을 되찾았다. 지금은 광주의 특색을 담은 다양한 가게들이 더해져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는 원도심 일대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골목 곳곳에 산재해 있는 근대적 시간의 흔적들을 탐방하고 감상하는 도심 문화유산관광의 한 형태인 `근대골목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한때 중심가였던 대구 중구의 구시가지는 산업화 이후의 도시 팽창에 따라 활기를 잃었으나 근대화의 유적이 고스란히 보존된 덕분에 최근에 새로운 관광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상감영달성길, 근대문화골목, 패션한방길, 삼덕봉산문화길, 남산 100년 향수길 등 총 다섯 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 투어는 근대유럽양식 건물이 인생샷의 배경이 된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더욱 인기다.

# 그때 그 시절, 국제시장
부산에서 뉴트로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 국제시장을 찾았다.
국제시장은 1945년 광복 후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전시 물자를 팔아 돈을 챙기기 위해 자리 잡은 곳이 시장으로 형성되었다. 또한 1950년대 한국전쟁 후 부산으로 몰려든 피난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길거리에 노점을 차렸고,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담배와 초콜릿을 구해서 팔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부산항으로 밀수입된 온갖 상품들이 이곳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되었다. 그러나 수입 자유화가 되고, 2000년대 이후 온라인쇼핑 등 소비 패턴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쇠퇴일로를 겪게 되었다.
국제시장은 예전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공존한다. 이곳의 상인들은 길게는 30∼40년 한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구제 옷 가게에는 알록달록한 다양한 옷과 국내에서 찾기 힘든 대형 사이즈부터 가방, 신발, 악세서리들이 대량으로 걸려있었다. 낡고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물건들이지만 대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젊은 남자들이 옷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TV 프로그램 등에서 자주 소개된 탓에 구제 패션을 위해 이곳을 찾는 젊은 층이 많이 늘었다고 가게 주인이 귀띔한다.
골목을 한바퀴 돌아나오자 오래된 가전제품부터 최신 제품까지 진열되어 있는 전자상가가 보였다. 80∼90년대 워크맨이라 불리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와 시디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이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당시 높은 관세 탓에 보따리장수들이 들여온 일본의 전자제품은 불티나게 팔리며 전자상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점포 구석에 놓여있는 빛바랜 카세트 플레이어가 그때의 모습을 나타내는 듯 했다.
국제시장 한켠에는 특이한 가게도 있다. `추억보물섬'이란 이름의 전시장은 50평 남짓한 크기에 70∼90년대의 추억의 물건이 가득하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옛날 노래가 흘러나오고 3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옆으로 단종된 만화, 잡지, 연예인 포스터가 관람객을 반기고 있었다.
이곳 주인인 김희창(해운대구·47) 씨는 추억의 물건들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개인적으로 수집한 것을 모아 2015년 이곳을 열었다. 3천 원의 부담없는 입장료를 유지하기 위해서 외진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이 찾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전시장은 70∼80년대 부엌, 안방, 만화방, 문방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꾸며져 있었다. 옛날 교복을 입고 불량과자를 먹으며 구석구석 놓여진 재미있고 신기한 물건들 구경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곳을 찾은 대학생들은 TV 속에서도 보던 물건이라고 재미있어하며 그 시절을 살았을 부모님 생각에 모셔와 다시 찾는 경우도 잦다.
전시장을 뒤로 하고 걸어나오면 김밥, 순대, 국수 등을 좌판의자에 앉아서 먹는 먹자골목이 보인다. 국제시장의 대표적인 음식거리로 6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경양식집의 경우 얇은 돈가스에 사우전아일랜드 드레싱을 곁드린 샐러드까지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들 주변으로 새롭게 문을 연 가게들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LP판으로 음악을 틀고 시대극에서 본 듯한 고풍스런 가구와 화려한 벽지, 빈티지 소품 등으로 치장한 근대풍 인테리어가 특징인 카페가 눈길을 끌고, 흑백사진 전문관 등 다채로운 가게들이 공존한다.
이곳 국제시장은 뉴트로 그 자체이다.

# 뉴트로 갬성
이토록 젊은층이 뉴트로 갬성(감성의 신조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트로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한다면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젊은층이 옛것에서 찾는 신선함이 주 무기이다. 겪어보지 않은 시간에 대한 설렘으로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다. 아날로그 특유의 느낌과 감성이 새로운 콘텐츠로 강하게 자리하는 이유다. 또한 옛 건물이나 내부 공간을 배경으로 그리고 흔하지 않은 옛 소품을 SNS에 업로드하는 일상이 이어지며 하나의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가치 있던 오랜된 것들의 재발견'
또한 새로운 것들, 화려한 것들은 주지 못하는 시간의 축적에서 오는 안정감은 뉴트로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으로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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