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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체험기-기자 DO 한다 <차가운 새벽,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첫 차>
2019년 04월 01일 (월) 21:08:20 조희주 기자 jo37377@naver.com

나는 알람 한 번에 일어난 적이 없다. 아침잠이 많아 늘 5분씩 알람을 미룬다. 늦잠을 자 수업에 지각하기 일쑤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성실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침을 맞고 싶어 버스의 첫 차를 타보기로 마음먹었다.
5-1번 버스는 부산진 시장과 신동아 시장 등 부산의 주요 시장을 경유하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아침이 열리는 활기찬 자갈치 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버스를 놓칠 것이 걱정되어 선잠을 잤다. 익숙하지 않은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 피곤하기도 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설렘이 함께 했다. 평소보다 3시간 일찍 일어나 가족이 깨지 않도록 조심히 집을 나섰다.
봄이지만 새벽녘 매섭게 부는 바람에 잠이 깼다. 혼자 걷는 새벽길은 유독 더 멀고, 어둡게 느껴졌다. 하나, 둘 불이 켜지는 건물들을 보면서 내가 걷는 길을 따라 새벽이 열리는 듯 했다. 부전역의 역사에는 셔터가 올라가 지하철 첫 차의 운행을 알렸고, 도로가에는 분진흡입차가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며 아침을 열고 있었다. 도로는 승용차가 독점하고 있었는데, 신호를 무시하거나 정해진 속도를 지키지 않는 차들이 종종 보였다.
버스 정류장에는 여러 첫 차가 사람을 태우고 내렸다. 새벽 버스는 일찍 일을 시작하는 사람, 여행을 떠나는 사람 등 몇 사람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김이 서린 창문 틈으로 본 버스 안은 예상과 달리 가득 차 있었다. 내가 탄 버스에도 사람이 많아 뒷자리 구석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버스는 고요했다. 보따리를 들고 있는 아주머니부터 쪽잠을 자는 아저씨까지 여러 사람들이 좌석을 채우고 있었다. 적막한 버스가 지루할 무렵 한 아저씨가 내리려고 일어서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정답게 인사를 했다. "가볼게요, 수고해요" 라고 건네는 짧은 인사에서 매일 마주쳐 쌓인 정이 눈에 보였다. 또, 뒷자리에서 자고 있는 아저씨가 내릴 때가 되자 잘 잤냐고 친근하게 깨우며 대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쁘게 살아가는 그들은 타는 곳도 내리는 곳도 다르지만, 매일 같은 버스를 탄다는 유대감을 가지고 서로를 대한다.
처음 보는 버스의 모습에 신기해 할 무렵 자갈치 시장에 도착했다. 생선의 비린 냄새, 낯선 해산물과 소란스러운 활기가 집 근처 부전 시장과 비슷하여 반가웠다.
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생선을 가득 담은 트럭이었다. 시장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 혼잡했다. 싱싱한 해산물을 옮기는 사람들, 준비를 마치고 히터 앞에 모여 쉬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누구보다 먼저 아침을 열고 있었다. 그 중 한 분은 사진을 찍는 나를 보며 단속 나온 사람이냐며 우스갯소리도 건넸다.
시장을 둘러보고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가게를 둘러봤다. 6시도 안된 시간이지만 일찍 문을 연 할머니께서 밥을 먹고 가라며 나를 불러 세웠다. 고등어구이와 고봉밥, 푸짐한 시장의 정에 차마 남기지 못하고 밥그릇을 비웠다. 오랜만에 먹는 아침이었다.
밖은 어느덧 해가 떠 눈이 부셨다. 평소 같으면 막 일어났을 시간에 밖에 나와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지만 평소 보는 풍경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아침을 열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일원이 된 것 같았다.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첫 차를 타고 시장을 걸었던 체험을 통해 그 동안 너무 게으르게 하루를 시작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며 나도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조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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