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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역사가 담긴 고풍스런 전통미 '안동 하회마을'
고택, 탈놀이 등 유무형 문화재 보전 상업적 시설 보다 내실 다질 시기
2019년 03월 05일 (화) 15:06:54 공경희 전임기자 deupress@deu.ac.kr
   

겨울 끝자락이던 지난달,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다녀왔다.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는 빠른 세상이지만, 이곳은 시간이 비껴간 듯 예전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낮은 돌담 너머로 보이는 고택의 모습과 어디선가 시작된 아궁이 불 지피는 냄새가 어우러져 고즈넉한 모습이 멋스러웠다.

# 전통의 아름다움 담고 있는 고택들

하회마을은 조선시대의 유교적 가치관과 전통적 지리관을 토대로 형성된 마을이다. 조선의 유교사회에서는 혈통을 중시해 성(姓)과 본관을 같이 하는 성씨가 한동네에 모여 사는 집성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곳 하회마을 역시 풍산 류(柳)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집성촌이다.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대감과 조선 대유학자인 경암 류운룡 선생 형제가 자라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때 국난을 극복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이후 그가 쓴 `징비록(국보 제132호)'은 다시는 참담한 국난을 당하지 않도록 귀한 교훈을 남겼다.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 낙동강의 모습이 진풍경을 이루는데 마을 이름 하회(河回)도 이에서 유래되었다. 그만큼 조선시대부터 풍수가 좋고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곳으로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유명했다.
풍경만큼이나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고택들이 잘 보존되고 있다. 마을 내에 양진당, 충효당 등 보물급 문화재로 지정된 가옥을 비롯해 북촌댁, 겸암정사, 남촌댁 등 160여 채의 기와집과 210여 채의 초가가 보존되면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안동마을에 있는 다양한 모습의 고택들은 이곳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그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옛날 집들은 자연을 그대로 두고 그 터 안에 집을 지었다.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면서 돌 하나도 함부로 하지 않았다. 휘어진 나무는 그 멋을 살려 기둥으로 두고 돌을 쌓은 마당과 장독대 등 곳곳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고유한 생활방식과 전통문화를 담은 집은 단순히 생활하는 곳 이상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고택이 박물관이자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유네스코(UNESCO)는 2010년 7월 브라질에서 개최된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유네스코는 `한국의 역사마을인 하회와 양동은 마을 내의 주거 건축물과 정자·정사·서원 등의 전통 건축물이 조화롭게 구성돼 있다. 또한 전통적 주거문화를 통해 조선시대 사회구조와 유교적 양반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이같은 전통이 현재까지 온전하게 지속되고 있는 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수많은 명사들도 이곳을 찾았다. 1999년 72회째 생일을 맞아 하회마을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고 극찬했다. 이후 각국 주한대사는 물론 부시 전 대통령 부자도 2005년, 2009년 연이어 방문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즐기고 그 아름다움에 반했다.
하회마을 내 충효당 바깥마당에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방문을 기념한 구상나무가, 류성룡 선생의 위패를 모신 병산서원에는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기념한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

안동시는 하회마을의 다양한 모습을 남기기 위해 노력중이다. 고택처럼 눈으로 보이는 유형문화재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문집, 관혼상제, 세시풍속, 공동체 놀이 등 무형유산이 세대를 거쳐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하회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민속놀이 가운데 하나가 `하회탈춤'으로 불리는 하회별신굿 탈놀이(문화제 제69호)다.
매주 주말에 하회별신굿탈놀이가 하회마을 상설공연장에서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에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에 공연을 펼친다. `하회별신굿'은 국가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탈놀이로 양반과 민중 사이의 계층 간 갈등을 조화롭게 해소하고 그들이 가진 희로애락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난 1997년을 시작으로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며 누적 관람객만 300여만명을 기록했다. 또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대한민국 최우수축제, 대한민국 명예대표축제, 글로벌육성축제로도 선정됐다.
주중에 하회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공연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회마을 근처에 있는 하회세계탈박물관을 찾아 한국 탈 200여점을 비롯 해외의 400여점에 달하는 다양한 탈을 구경할 수 있다.

# 내실 다지기 위한 더 많은 노력 필요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안동 하회마을에는 시끄러운 일이 생겼다.
하회마을에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1km 정도 떨어진 매표소에서 표를 산 뒤,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매표소와 입구 주변에 전동차 대여점이 줄을 이어 생겨난 것이다. 편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관광객들을 입장료보다 훨씬 비싼 대여료를 지불하고 마을 구석구석을 전동차로 달린다. 아스팔트도 아닌 좁은 마을길이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기 위해 모여 있던 외국인과 내국인 단체관광객이 전동차를 피해 흩어지는 모습은 눈살마저 찌푸리게 했다.
또한 매표소 주변에는 `하동장터'라는 이름으로 음식점, 주점 등이 들어섰다. 안동 전통음식 위주라고 하지만 화려한 간판들이 늘어선 상업시설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모두 전통 보존과는 걸맞지 않은 행태라 사람들의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하회마을은 국내, 국외에서 그 이름을 널리 알린 상태다. 이제 무조건적인 홍보보다는 내실을 다질 시기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800년의 역사가 흐르는 공간임을 고려해 유무형문화재 보존과 마을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담아내는데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고택을 담고 있는 하회마을이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기를, 그리고 후대에 까지 그 아름다움을 잘 전승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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