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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과 타향의 정취가 섞인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 엿보여
2019년 03월 04일 (월) 14:31:08 이은지 기자 dldmswl550@naver.com

센터와 주택가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 들어서자 닭요리, 수프요리 등 여러 음식점들이 모여 있었다. 러시아어로 된 간판들이 이어져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되는 이곳은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음식골목이다. 같은 성을 가진 사람과 함께 일하는 전통에 따라 대부분은 가족 친척이 함께 꾸린 가게들이다.

이곳 맛집으로 유명한 `cafe family 고려가족식당'에 들어가자 고려인 라디오가 옅게 들렸다. 식탁에 앉은 손님들이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는데, 대부분 고려인들이었고 한국 사람은 보기 드물었다.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함께 적혀있는 메뉴판에는 고려인들이 살던 곳에서 주로 먹던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의 전통음식들이 있었다.
서툴게 한국어를 하는 종업원이 밑반찬을 가져 왔는데 특이한 반찬 하나가 보였다. 러시아에서 '마르꼬브 빠까레이스키'로 불린다는 당근김치였다. 당근김치는 연해주로 건너갔던 고려인들이 김치를 먹고 싶어서 고안해낸 음식이다. 추운 지방에는 싱싱한 야채를 구하기 어려워 배추 대신 당근으로 비슷한 맛을 내서 먹던 것이 이어져 왔다. 지금은 러시아인들도 즐겨먹어서 명절 식탁에도 올라가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달짝지근한 당근김치는 김치와는 다른 색다른 맛을 냈다.
곧이어 메인 음식인 `파트르'라는 둥근 빵과 토마토 스튜 `보르쉬'가 나왔다. 쫄깃한 베이글 같은 파트르 안에 조금 짠 맛의 러시아 소시지를 넣어 먹으니 간이 되어 먹기 좋았다. 또 파트르를 보르쉬에 찍으니 소스가 촉촉하게 스며들어 맛있었다. 보르쉬에는 돼지고기와 감자, 양배추, 당근과 같은 야채가 들어가 있고 토마토로 국물을 낸 음식인데 순두부찌개 맛이 나서 한국 사람들에게도 크게 호불호가 없다.
파트르와 보르쉬 외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인 새우 샐러드를 먹어봤다. 통통한 새우가 야채와 함께 씹혀 아삭한 식감이 좋은 새우샐러드는 특유의 새콤한 소스가 입맛을 돋게 했다. 다른 음식들의 느끼함을 잡아줘서 사람들이 자주 찾는 메뉴라고 했다.
식당에서 나와 러시아 과자와 술을 파는 식료품가게를 찾았다. 가게 한쪽 벽면에는 알코올 도수가 40%가 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드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추운 러시아 지방에서는 점심을 먹고 보드카 한 잔을 먹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오랜 관례처럼 내려오기에 술의 수요가 많다.
보드카 옆에는 대여섯 개를 한 묶음으로 포장한 러시아 과자와 빵들이 쌓여 있었다. 러시아 전통인형으로 유명한 마트료시카 인형이 그려진 알룐까초콜릿 한 묶음을 샀더니 행운을 상징하는 1루블이 들어있었다. 동전이 든 음식을 먹으면 금전 운이 좋아진다는 재미있는 미신 때문에 포장지에는 모두 1루블이 들어있다고 한다.
골목 구석구석에는 모피 옷, 러시아 모자와 같은 구제 옷을 싼 가격에 파는 가게들을 볼 수 있었다. 가게의 쇼윈도에 진열된 옷들은 구제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깨끗했고 고려인들이 어떤 옷을 입고 생활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진열된 옷들 중 TV에서 자주 봤던 털모자 샤프카처럼 풍성하고 포근한 털로 만들어진 의류들이 많았다.
고려인들의 음식과 의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골목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타지에서 적응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애환들이 느껴졌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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