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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따뜻한 붕어빵
2018년 12월 03일 (월) 16:18:38 이은지 기자 dldmswl550@naver.com
   
 

찬바람이 불면 거리에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길거리음식들이 하나 둘 보인다. 뜨끈한 국물에 담긴 오뎅, 꿀이 버무려진 호떡, 드럼통에 구운 군밤 등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추워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붕어빵'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겨울간식이다. 최근 우리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한 붕어빵 가게를 소개하는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꼬리까지 팥이 가득 차있고 바삭바삭해요' `아저씨도 친절해요' 라고 적힌 글에 어디에 있는 가게인지 알려달라, 오늘 당장 가겠다는 의견을 포함한 약 5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달 커뮤니티를 달군 최정철(부산진구·63)씨가 운영하는 붕어빵가게를 찾아 갔다.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 위치한 가게는 노란 조명이 켜져 더욱 아늑해보였다.
"먼저 골라먹고 나중에 계산혀" 붕어빵 틀에 반죽을 붓던 아저씨는 노릇노릇하게 익은 붕어빵 몇 마리를 건넸다. 빵을 반으로 쪼개자 그 속에는 가득 채워진 팥고물이 보였고 한눈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아저씨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으며 말을 걸었다. 야구글러브를 낀 한 남학생이 오자 매주 화요일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라고 말하며 "운동을 하는 학생이어서 더 챙겨주고 싶다"고 봉투 한가득 붕어빵을 주셨다. 다른 여자 손님에게는 "요즘 발길이 뜸하던데 오랜만이네요"라는 말을 하며 근황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정을 두루두루 아는 모습이 신기해서 어떻게 손님들과 친해졌냐고 물었더니, "장사를 하려면 일단 친절해야 해. 먼저 말을 걸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지. 그러다보면 저절로 정이 쌓여"라며 평소 생각하는 가치관을 들려줬다.
이어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냐고 묻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들은 없다"며 대신 외상하는 손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외상을 해주면 다시 돈을 지불하러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그럼에도 나는 그래도 선뜻 외상을 해줘"라고 다리를 가리켰다.
과거 장애인협회 회장을 맡은 적 있는 아저씨는 왼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젊었을 때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직업을 갖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돈이 없으면 얼마나 힘든지 안다"며 외상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선뜻 붕어빵을 주게 된다고 했다. 대학생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선뜻 베푸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10년 동안 붕어빵 장사를 해왔던 아저씨는 "붕어빵은 내 마음을 담는 거에요. 빵을 몇 개 더 넣어주면 내가 행복해요"라며 "손님들과 대화하고, 나눠주고, 재밌잖아요. 나는 즐거워"라고 말했다. 끝으로 아저씨는 요즘 커뮤니티를 보고 찾아오는 동의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늘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다. 퇴근길 들러 아이에게 줄 붕어빵을 산다는 한 가장, 버스를 기다리다 간식을 사러 왔다는 여대생 손님들로 긴 줄을 이루기 시작했다.
자주 찾아오겠다고 인사하며 돌아서자 아저씨는 나눠 먹으라며 붕어빵 한 봉지를 챙겨주셨다. 붕어빵을 나눠먹으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이렇게 작은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번 연말은 겨울철 길거리음식처럼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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