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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체험기-기자 DO 한다 <한 문장조차 신중하게 임하는 원고지 쓰기>
2018년 12월 03일 (월) 15:41:53 박기현 기자 parkdori95@naver.com

군대를 전역한 복학생들은 1, 2학년 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당연히 알던 것들을 새내기들이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급식차, 놀토 등이 그 예다. 그 때마다 놀래고 세대차이 난다며 웃었다. 알림장을 받아 적던 고학번의 이야기는 스마트폰 어플로 공유 받는 이들에겐 놀림감이 되곤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놀랬던 건 `원고지 쓰기'였다. 학창시절 나는 1년에 2∼3번 정도 백일장이나 글쓰기 대회 때문에 학교에서 원고지에 긴 글을 썼다. 쓸 때마다 방법을 까먹어서 친구들끼리 의논해보고 `이게 맞다∼ 저게 맞다∼' 하면서 티격태격했던 게 기억에 있다. 이런 이야기를 17, 18학번 친구들에게 하면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들어는 봤지만 해본 적은 없다는 친구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기사를 원고지에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시작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원고지를 파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고지를 찾으면 문방구 주인들에게 `원고지는 어디다가 쓸라고?'라는 질문을 받기 일쑤였다. 그렇게 2∼3군데를 전전하다 원고지를 겨우 구했다. 이렇게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부터 3번째 줄은 비우고 제목을 쓴다'. 원고지를 쓰는 시간이면 선생님들은 칠판에 가장 먼저 이 말을 써주셨다. 많이 들었던 덕분일까 이 부분만큼은 선명히 기억났다. 그렇게 자신 있게 제목을 쓴 후 아직 한참 남은 빈칸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평소에 기사를 쓰면 원고지 기준 13장이 넘는 분량도 척척 썼는데 그 원고지는 지금 1장 채우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한 장 쓰고 지우고, 또 한 장 쓰고 찢어버리기를 반복하며 우여곡절 끝에 3매 가량을 썼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왔다. 한 문단 전체를 바꿀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노트북으로 쓰는 것이라면 드래그해서 Delete 키를 한 번 누르면 되는 일인데 원고지에선 그러지 못했다. 눈물을 머금고 지우개로 한 문단을 통째로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예전에 원고지를 쓸 때 담임선생님은 "원고지를 잘 쓰는 사람은 글도 당연히 잘 쓴다. 왜냐하면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처음 쓸 때부터 노력하고 고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제 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신문사와 대외활동으로 글을 많이 써본 거 같았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9장 정도에 달하는 글을 써보고 다시 글을 읽어보니 고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지우고 새로 쓰면 긴 시간이 필요 했기 때문에 맞춤법 틀린 것을 제외하고는 건들지 못했다. 수정하려면 또 글을 다 지우는 참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끄러운 나의 원고지 글은 완성되었다.
신문사의 수습기자가 되면 가장 먼저 원고지를 작성하는 훈련을 한다. 수습기자였을 때 난 그게 너무 싫었다. 긴 시간이 필요해 강의시간에도 몰래 쓸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문단 씩 빼먹고 쓰는 등 꾀를 부렸다. 신문사에 다니지 않는 동기들은 `왜 굳이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 등 핀잔을 줬고 나 또한 왜 하는 것인지 몰랐다.
그런 생각이 들 때 신문사 선배들과 실장님은 예전부터 원고지를 쓰는 건 신문사에서 기자들이 글을 배울 때 꼭 거쳐야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글을 자주 고치지 않기 위해서 전체적인 틀을 그리고 글을 쓸 때마다 최선의 문장이 나오도록 고민하기 때문이다. Delete 키로 글을 쉽게 지우고 쓰는 우리들에게 원고지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많은 가르침을 줄 것이다. 한 문장을 쓸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많은 고민을 기울이다 보면 우리도 모르게 좋은 글이 완성되어있을 것이다. 자신의 글에 자신감이 없다면 한 번쯤은 샤프와 지우개를 들고 원고지에 글을 써보자.  박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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