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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람 냄새 묻어나는 그 곳, 시장에 다녀오다
2018년 10월 08일 (월) 11:59:37 본지 기자 deupress@deu.ac.kr

1. 고소한 냄새와 시끌벅적한 사람들
   넘치는 정으로 가득한 부전시장

   
 

백화점과 마트에 밀려 재래시장의 자리가 좁아진지 오래다. 각 지역 시장들마다 자구책을 마련하려 노력하지만 예전의 명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대학생은 재래시장을 나와 상관없는 멀리 떨어져있는 공간처럼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시끌벅적한 재래시장만큼 명절 분위기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추석 3일 전인 지난달 21일 본지 기자들은 추석 준비로 분주한 부전시장을 찾았다.
부전시장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양정로터리부터 막혀서 차가 꼼짝을 하지 않았다. 교통경찰들이 도로를 정리했지만 시장에 들어가려는 차들과 나오려는 차들이 서로 엉켜 빵빵거리며 경적만 낼 뿐이다.
6·25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터를 잡아 형성한 부전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서 많은 시장이 문을 닫는 요즘에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재래시장은 거의 가본 적 없다는 기자들은 TV에서 본 것처럼 볼거리, 먹거리가 많을까 궁금해 하며 조금 들뜬 기분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값 좀 깎아주소"
"그라믄 남는게 없는디"


시장 안은 손님과 상인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들로 시끄러웠다.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아서 잠시만 걸음을 멈춰도 뒤로 쑤욱 밀려났다.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가게들은 저마다 호객행위를 하며 손님을 잡았다.
`아즈메 비키이소∼' 하는 소리와 함께 과일을 잔뜩 실은 리어카나 오토바이가 길 중앙으로 지나가면 사람들은 양 옆으로 갈라졌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해서 보니 이곳은 달걀 물을 입힌 각종 구이와 즉석에서 튀겨주는 튀김을 파는 골목이었다. 게맛살, 소고기, 파를 꽂은 산적은 색이 잘 어울려서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다. 가게 주인이 골라보라며 일회용 접시와 집게를 건넸다. 막 튀긴 뜨끈뜨끈한 오징어 튀김은 한 입 베어 물자 쫄깃한 몸통과 함께 열기가 입안에 가득 퍼졌다.


큰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짠 바다향이 나는 수산물시장이 나왔다.
각양각색 방수앞치마를 두르고 회를 써는 상인들과 가게 안에서 소주와 회를 먹는 아저씨들로 수산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옆 건어물 가게 한 할머니는 "40년 전 부전시장에는 우리나라 생선이 많았는데 지금은 수입산이 더 많다"고 아쉽다고 했다.
삼천포 돌문어를 파는 가게에는 큰 대야에 문어 5∼6마리가 담겨 있었다. 가게 주인은 성인 남자 손보다 큰 문어를 보여줬다. 대야에서 나온 문어는 얼마나 힘이 좋은지 주인 손을 감싸고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명절 상에 올려질 과일 가게들도 대목을 맞아 손님들로 가득했다. 각 가게마다 새벽부터 쌓아논 빈 과일상자들은 성인 키 높이를 넘었다. 그래도 주인은 올해는 가뭄도 심하고 태풍이 많이 와서 제수용으로 쓸 수 있는 성한 과일이 적다며 속상해 했다. 사과는 크기도 작고 멍이 들었고, 배도 이곳저곳 움푹 파여있어 모양이 예쁘지 않았다. 그래도 제사상에 올려야 하니 조금이라도 나은 과일을 고르는 손님과 싸게 파는데 큰 것만 고르면 어쩌냐고 말하는 주인 부부는 재밌는 실랑이를 벌였다.


오전부터 내린 비는 오후가 돼도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보슬보슬하게 비가 와도 시장에는 사람들이 줄지 않았다. 약 10년 전부터 부전시장에는 높고 투명한 천장이 설치돼서 비를 맞지 않고 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전시장에서 28년째 채소를 파신다는 한 상인은 "옛날에는 비가 오면 검은 천막으로 천장을 만들어서 시장이 어둡고 손님이 없었다"며 아케이드 천장 덕에 날씨가 안 좋아도 손님이 많다고 했다.
대형마트에 밀려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전통시장은 최근 대학생들과 손을 잡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전통시장 대학생협력사업'은 대학생이 전통시장에 스토리텔링,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상품개발과 같은 기획 아이디어를 주는 사업이다.
대전 문창시장에서는 버려야하는 콩비지를 지역의 특산물인 배와 조합한 빵과 스무디를 개발한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인기를 끌었다.
시장은 젊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야 전통이 유지되고 발전할 것이다. 본지 기자들은 전통시장에 가기 전, 왠지 불편할 것 같고 냄새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찾아가보니 전통시장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녹아있어서 정겨웠다. 학우들도 집과 가까운 전통시장에 가서 정겨움을 느껴 봤으면 좋겠다.  이은지 기자 

 

저렴한 금액에 맛보는 다양한 먹거리, 덤으로 정까지

꽉찬 속과 바삭한 튀김옷이 내는 풍부한 맛은
일반 길거리 분식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장만의 맛이었다

   
 

전통시장하면 가장 먼저 저렴한 가격과 넉넉한 인심이 떠오른다. 때문에 시장은 음식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본지 기자들은 부전시장을 찾아 만원 남짓으로 다양한 주전부리를 사 먹었다.
명절을 맞아 시장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고 떡과 튀김, 해산물과 과일 등 먹을거리도 넘쳐났다. 고소한 냄새를 따라 가보니 시장 한편에는 여러 튀김이 진열되어 있었다.
추석을 앞둔 시장은 평소보다 튀김 종류도 많고, 전도 푸짐하게 쌓여 있었다. 기자들은 튀김 가게에 들러 각자 오징어 튀김, 고구마튀김, 동그랑땡을 골랐다.
`음청 바쁘다'를 입버릇처럼 뱉으며 포장하는 아주머니의 손길은 매우 분주했다. 하나에 오백 원 밖에 안 하는 저렴한 가격과 아주머니의 입담 때문일까 오후 느즈막한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로 가게는 복잡했다. 각자 고른 튀김을 하나씩 먹어보았다. 꽉찬 속과 바삭한 튀김옷이 내는 풍부한 맛은 일반 길거리 분식점에서 느낄 수 없는 시장만의 맛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다고, 떡을 좋아하는 기자들은 떡집에도 들렀다. 가판대 위에는 무지개떡. 쑥떡, 시루떡 등 다양한 떡들이 놓여 있었다. 갓 찐 떡들은 가판대에 내놓을 때마다 금방 팔렸다. 아주머니는 추석이라 떡이 잘 팔린다고 말씀하셨다. 무엇을 살지 고민을 하던 끝에 모두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큰 일회용 용기에 수북이 담긴 송편을 골랐다. 오천 원짜리 떡은 남아서 집으로 가져가야 할 만큼 양이 많았다.
벌써 배가 불렀지만 고소한 기름 냄새에 다시 발이 멈췄다. 찹쌀 도넛 가게에서는 여러 모양의 도넛을 팔고 있었다. 오랜만에 찹쌀 도넛을 보니 어렸을 때 시장에서 음식을 사 먹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하얀 종이봉투에 포장하시던 아주머니는 덤으로 하나를 더 넣어주시며 이런 게 `시장의 정'이라고 웃음을 지으셨다.
재래시장에서 만원은 본지 기자 네 명이 음식을 풍족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돈이었다. 어디서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유독 맛있었던 건 시장의 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본지 기자들을 비롯한 요즘 대학생들은 재래시장보다 편리한 대형마트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을 느낄 수는 없다. 이번 주말만큼은 물건을 사면서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장을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장주연, 조희주 기자

 

2. 낮보다 환한 밤의 시장 부평야시장에 가다

 

   
 

재래시장은 일반 마트와 달리 다양하지 못한 상품과 결제의 어려움으로 외면받았다. 그러나 부평시장은 최근 젊은 사람의 기호를 반영한 야시장을 개장해서 활력을 찾고 있다. 맛있는 먹거리와 이색적인 구경거리가 가득한 야시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부산의 유명한 야시장인 부평시장은 깡통 시장으로도 불리는데 이 독특한 이름은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을 판매하면서 붙여졌다. 지난 2013년부터 대한민국 1호 야시장으로 개장해 야시장 열풍을 일으킨 시장은 한 달 평균 방문객 수가 20만 명이 넘는 관광명소이다. 개장 초기에는 손님도 적고 판매가 저조해 떠나는 상인이 많았으나 영화 〈국제시장〉이 흥행하면서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아 번성하게 되었다.

 

   
 

시장 속에서 피어나는 정겨움
부평 야시장 골목에는 이동 판매대가 줄지어 있었다. 판매대가 많아서 메뉴가 겹칠 만도 한데 모두 다른 음식을 선보이고 있었다. 상인들 간에 중복판매룰 하지 않기로 약속해 분쟁을 막았다. 골목에는 즉석 불고기 초밥, 가리비 치즈 구이, 타코야끼 등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음식이 다양해서 메뉴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구워 먹는 치즈를 파는 `베치또 베치꼬 꾸치' 가게 주인인 김대용(해운대구·57) 씨의 가게는 SNS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인기 비결에 대해 "손님이 바라는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신메뉴 개발이 손님의 관심을 끌었다"며 고객 중심의 영업 비법이라고 말했다.


골목 구석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 사이에 키가 큰 외국인 방문객들도 있었다. 영국에서 가족과 여행을 왔다는 에드워드 리치(리버풀·52) 씨는 "밤에 시장이 열려서 먹을 것을 판다는 것이 정말 인상 깊다. 내일 여행 일정이 끝난 후에 또 방문하고 싶다"며 소감을 남겼다. 언어도 다르고 식문화도 다르지만, 우리나라 음식을 맛있게 먹는 외국인도 많은 걸로 보아 야시장의 흥행은 시장만의 즐거움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독특한 시장의 특색 때문인지 개성 있는 가게들이 곳곳에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득 쌓인 고기로 시선을 끄는 가게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레스토랑 서서 스테이크'라며 특이한 상호로 가게를 소개했다. 국내 길거리 스테이크 1호 창업자인 박지웅(중구·46) 씨는 "벽이 없는 우리 가게는 지나가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가장 큰 레스토랑이다. 길거리 음식이지만 호텔 레스토랑의 쉐프처럼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곳 상인들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상인들이 바쁘게 일하는 중에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힘들게 일하는 서로에게 시원한 음료와 음식을 권하는 상인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한다며 이런 정 덕분에 일할 힘이 난다고 했다. 그들은 가게가 한가할 때 대화를 하기도 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밤 나들이 온 사람들
밤이 깊어도 사람들의 발길은 줄지 않았다. 음식을 기다리는 줄은 더욱 길어졌고 상인들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의 공간임에도 가게마다 붙여진 우측통행 팻말 덕분에 거리는 복잡하지 않았다. 관광특구로 지정된 부평시장은 찾는 사람이 많아 음식을 먹으려면 한참 줄을 서야 한다. 불평 없이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상인들은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아쉬운 점도 보였다. 가족과 야시장을 찾은 강성규(해운대구·42) 씨는 "오랜만에 시장에 오니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았다. 시장 시설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시장에는 음식을 먹을 장소가 없어서 서서 먹거나 영업이 끝난 가게의 가판대 위에 음식을 두고 먹는 사람이 많았다. 그는 "시장의 불편한 점이 바뀌면 좋겠다"며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동료와 퇴근길에 시장을 잠깐 들렸다던 유민지(사하구·28) 씨는 "비오는 날씨에도 장사하는 상인들이 대단하고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시는 상인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고 했다. 이어 그녀는 "전통시장이 놀 거리가 많은 곳이라는 인식이 더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을 마쳤다.
활기찬 사람들로 가득 했던 부평 야시장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이었다. 야시장에서만 파는 이색적인 음식과 기다리는 손님에게 말을 거는 상인의 친절한 태도는 음식 대기 시간을 아깝지 않게 했다. 대한민국 1호 야시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열정이 가득 했다. 다양한 먹거리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야시장의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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