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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림포구, 잊혀져 가던 배들의 쉼터에서
2018년 10월 08일 (월) 11:29:18 박기현 기자 parkdori95@naver.com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모습을 담았다고 부네치아라고 이름 붙은 곳이 있다. 바로 장림포구다. 큰 바다로 나가기 위한 골목 역할을 하는 작은 나루터에 불과하던 장림포구였지만 인근 주민들의 노력으로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배를 정박하는 공간에서부터 어부들이 쉬는 구석 쉼터까지 곳곳을 꾸몄으며 사람들에게 친화적인 분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바다가 아름다운 부네치아를 학우들과 함께 거닐어 본다. 〈편집자 주〉

포구는 배가 큰 바다를 드나들 때 지나가는 골목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엔 현대화된 항구를 선호하고 소규모 배를 이용할 일이 사라졌기 때문에 포구는 하나둘씩 잊혀 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하루 평균 130여척의 어선이 오가던 장림포구지만 변화의 바람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이 점을 아쉬워한 사람들은 포구에 변화를 주기로 했고 지난 2014년, `배들의 골목'이 아닌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골목'으로 만들었다.


공업단지 속에 남은 흔적
우리 학교에서 포구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순환버스를 비롯해 버스를 3번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그 주변에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못한 불편함이 있다. 때문에 학교 앞에서 68과 138번 버스를 타고 하단역에서 하차한 후에 택시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40분 정도의 여정 후에 장림포구 입구에 내릴 수 있다. 포구에 들어서면 바다와 함께 탁 트인 풍경이 우릴 반긴다.
예전에 장림포구 주변엔 공업단지가 많았다. 1980∼90년대 공장에서 만들어낸 제품을 더 큰 도시로 옮기기 위해 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장림포구는 과거에는 물건을 실어 나르는 곳으로써, 지금은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로써 40년 동안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헌신하고 있었다.
입구를 지나 포구에 들어서면 이 곳의 역사를 전시해 놓은 수산물역사박물관, 배를 수리하는 철물점, 인근 지역 어부들의 모임인 어촌계 사무실 등의 풍경이 작은 시골 마을을 연상시킨다. 철물점에서 크고 작은 배들을 용접하고 수리를 하는 일에 20년 째 종사하고 있는 김일권(사하구·53) 씨는 "10년 전만 해도 포구엔 많은 배와 어부들이 드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최근 포구 곳곳을 꾸며 관광객들의 방문이 증가했다. 장림포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지낸 사람으로써 뿌듯한 부분이다"라고 포구의 지난날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이 이어지던 중 어촌계의 최만진(사하구·52) 씨는 "아직도 이 곳의 과거를 그리워하며 자주 놀러오는 어부들이 몇몇 있다. 김 씨의 철물점에서 배를 수리 받았던 사람도 있고 나와 함께 어업에 나섰던 사람도 있다. 그 때를 자주 회상하곤 하지만 지금의 관광지로써 포구의 모습도 썩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곤 "김 씨 실력이 예전만 하지 못해서 사람들이 오질 않는다"며 철물점 김일권 씨와 짓궂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정다운 그들의 모습에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포구의 지난날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다와 어우러진 문화 공간
장림포구의 아름다움은 흔히 이탈리아의 도시 베네치아(베니스)와 비유된다. 알록달록하게 꾸민 곳곳의 건물, 시설의 아름다움이 베네치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오후 늦은 시간 저물어 가는 햇빛에 비친 물길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거기에 한적한 분위기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연출하는 포구는 바라보기만 해도 휴식이 되는 듯 했다.
물길에는 40척 남짓의 작은 배들이 어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물망을 손보고 배의 갑판을 닦는 어부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 중에서도 배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는데 `일일 어획량 대박'을 꿈꾸며 만든 대박호, `어부의 인생에 자부심'을 담은 인생호, `보물 같은 딸들'의 뜻을 담은 딸부자호 등등 자신의 인생을 배에 그대로 그린 어부들의 모습은 정겨움을 느끼게 해준다. 어촌계의 일원인 신태직(사하구·61) 씨는 "이 곳 어부들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이름을 특이하게 짓는다. 그리고 서로를 `대박이', `인생이' 등 배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며 어부들의 이야기를 했다.
배와 어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둘러 본 포구 어귀에 색색이 칠해진 빈 건물들이 눈에 띈다. `맛술촌'이라 이름 지어진 이 곳은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 준비 중인 공간이다. 사하구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인지도가 낮아 방문객들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곳에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먹거리를 파는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 준비 중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맛술촌과 더불어 조형물들이 어우러진 포구의 둔치에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어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산책길을 거닐던 이지혜(중구·27) 씨는 "SNS에서 사진 찍기 좋은 명소라 나온 것을 보고 방문하게 되었다. 남자친구와 사진도 찍고 바람을 쐬러 나왔는데 2∼30분 동안 놀기 좋았다. 아름다운 모습에 비해서 광고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라며 방문 소감을 이야기했다.
포구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탄 택시에서 기사는 최근 이 곳에 호출이 많아서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다고 질문했다. 공업단지 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들의 호출이 유독 많아서 의아했는데 포구를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둔 줄 몰랐다고 했다. 잊힌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름다움을 되찾아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는 게 인근 주민으로써 뿌듯하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주민들에게 장림포구의 변신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또 뿌듯해 할 일임에 틀림없다.
장림포구의 아름다움은 가히 `부네치아'라고 불릴 정도였다. 특히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 바다를 향한 물길을 바라보기만 해도 일상 속 힐링으로 충분했다. 보통 공원이나 산책로라 하면 다 돌아보는 몇 시간 걸리지만 2∼30분 정도 짧게 방문해 놀기에 좋을 것이다. 일기예보에서도 흔히 `놀러가지 않으면 손해 보는 날씨'라고 예보하는 가을이 다가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어디론가 놀려가고 싶은 지금, 부네치아를 방문해 가을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더 둘러보기> 

사하구 둘레길 

봉우리에 올라 가을을 맞이하다

장림포구를 방문하고도 가을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산책을 더 즐기고 싶다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둘레길 방문을 추천한다.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 곳은 지난 8월에 착공 완료를 마쳐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사하구의 3대 명산을 즐길 수 있다. 총 29㎞의 긴 거리를 자랑하는 둘레길은 등산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미산, 승학산, 동매산의 끊겨진 산책로를 이어서 만든 둘레길은 각각 다른 특징을 자랑한다. 아미산 산책길은 유아들을 위한 숲 체험장과 가족 편의 위주로 조성했다. 승학산의 경우엔 사계절 별로 유명한 꽃의 나무를 심어 사계절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냈다. 동매산은 가장 높은 해발고도를 자랑하는 탓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사하구의 전경을 내려다보기 안성맞춤이다. 테마 별로 조성한 둘레길은 이번 가을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산 위에 올라 맞는 가을바람은 더운 여름을 이겨낸 방문객들을 격려해주는 듯하다. 인근 주민들에겐 동네 산책코스로써, 관광객들에겐 관광과 휴양지로써 새 단장을 마친 둘레길을 방문해 우리 곁에 다가온 가을을 즐겨보자.

                                                                                             박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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