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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특집] 옛 영광의 흔적 좌부랑개 마을을 지키는 욕지도
고구마 밭이랑과 고등어의 푸른 바다에 기댄 섬마을 사람들
2018년 09월 03일 (월) 18:18:22 김라현 수습기자 sbdfng@naver.com

나는 돌아가리라,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출항의 항로를
따라 귀향하리다.
 김성우 [돌아가는 배] 中

지난 6월 24일, 본지 기자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통영 욕지도에 하계연수를 다녀 왔다. 통영 삼덕항에서 욕지도로 가는 배를 기다리던 중, 낚시 도구를 들고 있는 사람과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여객선에 타자 욕지도 여정이 시작됐다.
골짜기마다 사슴과 약초가 많아서 녹도라고 불리던 이 섬은 어느 한 스님에게 도가 무엇인가를 묻자 `욕지도관세존도'라며 섬을 가리켜 이름이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섬에 도착하고 곧바로 새천년기념공원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올라간 공원에서는 섬의 명소인 펠리칸 바위가 보였다. 펠리칸 새의 머리를 닮은 이 바위에 가기 위해서 다시 차에 올랐다. 오솔길을 따라 조금 걷자 출렁다리가 나왔다. 걸을 때마다 흔들거리는 출렁다리 아래의 비취색 바다의 물결과 아찔한 바위 절벽이 조화로웠다. 울퉁불퉁한 펠리컨 바위에 서자 탁 트인 바다의 풍경에 넋을 놓았다.
동백나무 울타리를 가진 밀감밭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 좋은 날이 될 것 같았다. 물이 깨끗하고 잔잔한 도동 해변을 지나서 도착한 곳은 어른 키만 한 나무들이 모여 있는 밀감밭이었다. 동백나무가 밀감밭 울타리로 심어져 방풍림 역할을 했다. 욕지도 특산물인 밀감은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우장춘 박사에 의해 1957년부터 재배됐다. 우장춘 박사는 제주도에서 가져온 밀감나무 모종을 욕지도와 근처 납도에 심었다. 사람들이 떠나 풀과 나무가 무성한 납도에는 밀감나무가 자라지 못해서 현재 욕지도에만 재배되고 있다.
이곳 밀감은 다른 지역보다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비탈진 곳에서 자라는 탓에 수분이 적어 밀감의 당도가 높다고 한다. 수확철이 한 달 정도 남은 밀감은 잘 익은 주황색이 아닌 초록색이었다. 욕지도밀감작목반 총무를 맡고 있는 조광현(통영 욕지면·60)씨는 초록색 밀감을 가리키면서 지금 상태가 풋귤이라고 했다. 열매를 솎을 때 나오는 풋귤은 몇 년 전부터 건강과 미용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취급이 달라졌다. 밀감을 맛보지 못했지만, 초록색 풋귤을 보니 상큼한 맛이 상상됐다.
마을의 어부림, 모밀잣밤나무숲
어제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뿌옇게 흐려졌다. 섬도 이번 연수의 마지막 날을 아쉬워하는 듯했다. 해무가 심해서 출항이 안 된다는 소리를 듣고 주변 모밀잣밤나무 숲에 잠시 들렸다. 바닷가 마을 뒤편 모밀잣밤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욕지도 사람들은 뭍의 알밤을 대신해 잣 크기의 작은 모밀 잣밤을 먹어왔다.
바다 앞에 있는 이 숲은 잎들이 바다에 떨어져 썩으면 물고기가 그것을 먹기 위해 모여들어 어업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숲 앞에 도로가 생긴 후 나뭇잎 등이 바다로 흘러가지 못해 어부림의 역할을 잃은 숲을 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나무마다 달린 숫자 팻말은 숲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 것이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나무에 달린 숫자를 세는 재미는 힘든 것도 잊게 했다.
좌부랑개 마을
항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좌부랑개 마을은 근대어업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입구에는 마을에 관해 설명한 표지판이 새워져 있었다. 스스로 노력해서 부자가 된 포구란 뜻을 가진 마을의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번성한 어업은 사람들에게 부를 가져왔었다. 옛 술집거리에서 만난 이제동(통영 욕지면·70)씨는 한창 어업이 활발했던 시절을 말해줬다.
술집과 식당 등이 줄지어 있던 골목은 뱃사람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들어오는 배들마다 생선이 가득했다고 한다. 지금의 마을을 보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달랐다. 넘치는 생선을 보관할 냉동고가 없었던 시절에는 생선을 염장해서 보관했다. 크기가 작지 않은 고등어 간독이 집마다 있을 만큼 풍요로웠다.
번성했던 마을은 1970년대부터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술집과 식당이 즐비했던 자리에는 민가가 들어오면서 마을은 조용해졌다. 현재는 근대역사문화 거리가 조성되어 화려했던 옛 영광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거리를 둘러보며 만 명이 넘었을 때를 상상했다. 사람이 북적거리던 마을이 얼마나 활기찼을까 하는 생각에 마을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섬을 노래하다
매년 1월 1일마다 해맞이 행사가 있는 새천년기념공원에는 욕지도 개척기념사업회에서 주민들의 선금을 모아 제작한 비석이 하나 있다. 이 비석에는 김성우 시인의 `돌아가는 배' 의 구절이 새겨져 있다. 유년 시절을 이 섬에서 보냈던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비석에 새겨진 글을 읽으며 작가가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느꼈다.  김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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