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7 목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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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음악으로 수놓는 버스킹 행렬
2018년 05월 21일 (월) 18:50:02 박기현 기자 PARKDORI95@naver.com

한국에서 가장 핫한 대학로라 꼽히는 곳은 누가 뭐래도 홍대다. 이곳이 이렇게 유명해질 수 있었던 비법은 유명한 음식점, 술집보다는 끼와 열정을 품고 거리에 나온 이들의 `버스킹'이었다. 가요계의 있는 유명가수, 각종 경연프로그램의 참가자 중 버스킹 경험이 있는 이들이 여럿 출연해 대중의 관심을 더한다. 길거리를 잔잔한 음악으로 채워주는 버스킹 행렬을 학우들과 함께 찾아가본다. 〈편집자 주〉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라는 뜻의 Busk에서 나온 버스킹, 아마 오늘 날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들어 세련된 느낌이 강한 버스킹이지만 생각보다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공공장소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음악을 들려주거나 시를 들려주던 음유시인들이 버스킹의 시초라고 한다. 이후엔 흔히 `약장수', 즉 음악과 함께 약, 화장품을 파는 모습으로 변했고 1960년대 들어와 우리가 알고 있는 버스킹의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다양한 볼거리로 길거리를 빛내다

지난 3월에 시작한 JTBC의 예능 「비긴어게인2」에선 출연자들이 각각 다른 장소, 환경의 외국의 도시를 여행하고 그 속에서 버스킹을 한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실력파 가수들이지만 모두 난관에 봉착한다. 행인들의 관심을 끄는 최적의 자리 잡기, 그 나라 정서에 맞는 노래선정 등 너무 많은 곳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출연한 로이킴은 "버스킹이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그냥 노래만 할 줄 알면 되는 줄 알았는데"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무대에 수백 번은 올라봤을 그였기 때문에 버스킹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버스킹은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버스커들의 몫에 달려 있는 까다로운 예술이다. 하지만 이 예술에 많은 사람이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사연이 있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꿈에 대한 도전'이라고 한다. 예술은 어느 분야보다 대중들의 반응에 민감하다. 때문에 대중들과 코앞에서 맞이할 수 있는 버스킹 전선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뛰어든다. 노래는 물론이고 춤, 행위예술, 스케치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버스킹의 메카라고 불리는 홍대 거리에는 해가 지고 저녁이 다가올 무렵, 거리 곳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스피커와 기타 하나 메고 자리를 차지해 노래를 부르는 가수, 단체 칼군무를 선보이는 댄스팀 등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술집만 가득한 거리를 그들 특유의 젊은 에너지로 물들인 셈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버스킹의 이미지는 시끄럽고 정신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점차 그 예술성을 인정받게 되면서 지금은 적막한 길거리를 수놓는 작은 문화가 되었다.
아티스트들에게는 자신의 끼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그로 인해 길거리엔 활기가 돌아 상권이 부활했다. 이런 시너지 효과 때문에 버스커들을 지원하는 일이 잦아졌다.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 한 가운데엔 버스커들을 위한 간이 무대를 만들어두기도 하고, 버스킹하는 이들을 위해 장비를 대여해주고 그들을 따로 초청해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길거리를 밝히는 이 등불은 계속 커져나갈 것이다.


음악이 울리는 거리를 찾다


낮이 길어져 7시는 넘어야 해가 지는 요즘. 해운대 바닷가 백사장엔 산책을 하러 나온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버스커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춤을 추기 위해 깔판을 깔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엠프를 설치하는 이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마술 공연을 보면서 박수를 보내던 정지윤(24·해운대구) 씨는 "평소 마술을 좋아해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마술쇼를 보러간 적도 있다. 하지만 버스킹으로 마술을 하는 줄은 몰랐다. 간절한 사람들이 공연을 하다 보니까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져 좋았다. 마술, 춤, 노래 등등 장르도 다양해서 즐기기 좋았다"고 말했다. 뒤 배경으로 바다를 끼고서 버스커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머릿속을 비우고 감성에 젖어들 수 있다.
해운대가 좀 멀고 노래만 듣고 싶다면 남포동의 광복로를 추천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광복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버스킹에 나선다. 그 중에서 남포동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디 데이(D-Day)팀이 화제다. 5인 1조로 이루어진 디 데이 팀은 악기 없이 목소리 하나만으로 공연을 한다. 광복로 일대에서 공연을 하는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진행하고 관람객들에게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그들의 리더 정준희(26·사하구)씨는 노래에 앞서 "이 길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관객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한다. 사람들의 박수와 웃음소리를 들을 때 가장 기쁨을 느낀다"고 관객들에게 말했다. 뒤이어 그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하재욱(24·울산)씨는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를 생각한다. 즉, 나도 관객을 사랑할 줄 아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고 부끄러워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버스킹이란 화려함 대신 열정이라는 의상을 입고 색색의 조명 대신에 끼로 자신을 비추는 예술이다. 돈을 벌 수도 없고 명예가 생기는 일은 아니지만 꿈을 좇아가기 위해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자리를 펴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팝가수는 이런 말을 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갈 것이다" 아직은 초라하고 쉽지 않은 버스킹 현장이지만 그의 말처럼 자신의 꿈과 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버스커들은 길거리에 나선다. 박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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