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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부터 6·25한국전쟁까지 아픈 시절에 피어난 예술인들의 혼
2018년 05월 21일 (월) 18:47:10 박기현 기자 parkdori95@naver.com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전쟁과 일제강점기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전쟁과 일제의 수탈로 어둡기만 했던 시절의 문화라는 것은 어땠을까? 그 답이 궁금하다면 `근현대 미술전시전'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부산시립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열린 이 전시전은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의 태동기라 부르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문화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학우들과 함께 근대 미술사 산책에 나서본다. 〈편집자 주〉

미술에 있어서 `모던'이란 때때로 모더니즘을 지칭하지만 일제강점 하에 있던 우리나라의 근대기, 새롭게 생긴 예술적 트렌드를 지칭하기도 한다. 모던의 특성은 조선시대 이전까지의 동양적인 양식과 개항 이후 서구적인 양식이 합쳐진 이른 바 `혼성'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근대의 미술적 특성은 `모던과 혼성'이라고 자주 표현한다. 문화적으로 격변기에 있었던 이 시대의 미술을 부산 시립미술관에선 〈모던과 혼성:1928∼1938〉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가장 가까운 항구였고 전쟁 중에는 피란도시였기 때문에 근대에 부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예술가들 또한 부산에 많이 모여 근대 미술사를 주도한 도시가 되었다. 아픔 속에서 발전해 의미가 깊은 이때를 〈절망 속에 핀 꽃〉이라는 전시회로 감상할 수 있다.

   
 

1관:조선미술 발전의 계기
〈모던과 혼성:1928∼1938〉

일제 강점기에 부산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항구였고 수탈물자나 군수품들이 오가는 군사적·지리적 요충지였다. 그 영향으로 일본인들의 왕래가 상당히 잦은 도시가 되었고 일본의 예술가들도 부산에 많이 오게 되었다. 조선의 미술가들과 합작을 만들기도 하고 각종 예술적인 교류가 이루어졌고 모던한 발전을 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안도 요시시게였다. 아버지의 사업으로 인해서 우연히 조선에 따라온 그는 한국에서 미술가들을 만나게 되고 일본 특유의 화풍을 조선의 그림에 덧입혔다. 이로 인해서 회화들은 많은 변화를 거치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안도 요시시게의 〈여인화〉(1928)가 있다. 이 그림 속 여인은 육아와 노동으로 지쳐있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이는 모습은 은은한 미소와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모델의 배경이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한 일본의 화풍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화풍이 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이 그대로 표현한 것과는 대조된다. 안도 요시시게의 영향으로 조선 미술은 모던을 지향하는 변화를 시작한다.
개항으로 서양과의 교류가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의 미술가들은 서양미술을 접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동양적인 표현력과 서양적인 사실묘사가 더해져서 혼성미술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는 우리나라 현대 미술의 근간이 되었다. 이 시기에 혼성미술 전공자들을 양화가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춘광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예술적인 교류를 했고 때로는 일반인들을 위해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예술 발전을 위해 힘썼다.
시립미술관의 도슨트인 정연은(54·해운대구) 씨는 "이 시대에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임응구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서양화를 도입한 인물로 이 전시회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라며 그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의 특징에 대한 질문에 "〈나부〉, 〈장미〉, 〈파도〉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전시회의 어떤 그림과 비교했을 때 사실적인 묘사가 매력적이다"라고 답했다. 같이 전시돼있는 그의 초상화까지 임응구의 그림은 충분히 예술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2관:열약한 환경 속 예술
〈절망 속에 핀 꽃〉

1관과 2관의 경계에는 어두운 방이 하나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방이지만 자세히 관찰해보기를 추천한다. 전쟁의 진동과 소리를 담은 음향장치가 하나 놓여있는 방인데 이는 어둠과 더불어 전쟁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그렇게 모던과 혼성 탄생의 부산은 피란도시 부산으로 바뀐다.
종전 이후에는 모든 곳이 황폐해졌고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어 미술이 발전하기에는 다소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임호와 김성환 등 전쟁의 모습을 스케치한 이들이 그림을 공개하면서 사람들은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임혜경 전 부산교육감의 아버지인 임호가 공개한 스케치는 사실적으로 묘사해 당시 반응이 뜨거웠고 지금도 고평가되고 있다. 전쟁이 아닌 군수품을 그렸지만 전쟁의 아픔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고평가 된다.
전쟁이 끝나고 점차 사회적으로 안정이 찾아오자 미술가들의 그림소재는 더 이상 전쟁이 아닌 일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담배 갑 속에 있는 은지에 돌이나 못으로 긁어서 그림을 그린 이중섭 화가, 다채로운 색감과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자랑하는 천경자 작가까지 많은 미술가들의 등장으로 근대 미술은 이상 없이 현대로 넘어올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이진철 학예연구관은 "부산 미술사를 정리하던 중 일제 강점기의 미술 전시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시기는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절대로 까먹지 말아야하는 시기다. 때문에 당시 작품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전시회에 대한 취지를 설명했다. 미술은 흔히 당시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비추는 창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아팠던 근대, 책으로는 수없이 많이 봤어도 그림으로는 본 적 없는 그 때를 전시회를 통해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시 작가들이 하고 싶은 말을 그림들이 대신해서 들려줄 것이다. 박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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