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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되어 온 길고양이에게 내민 따뜻한 손길
2018년 04월 09일 (월) 17:13:55 박기현 기자 parkdori95@naver.com

봄이 성큼 다가와 거닐기 좋은 요즘, 길거리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동물은 당연 고양이일 것이다. 다른 애완동물들과는 달리 산책의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아마 바깥에서 우리가 만나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애완용이 아닌 길고양이일 것이다. 길고양이들이 개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들은 이제 길짐승이 아닌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할 존재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려 한다. 〈편집자 주〉

위험에 대해서 무방비
유명 포털사이트의 웹툰 「외모지상주의」에선 지난해 10월 `동물학대'라는 에피소드를 연재했다. 주 내용은 유기된 동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수집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의 이야기였는데 웹툰에서 애니멀 호더는 `불쌍해보였다', `도움이 필요해보였다'는 핑계로 자신의 집으로 유기동물을 상습적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데려온 동물의 수는 50마리를 넘게 되었다. 하지만 양육이 아닌 수집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고양이를 비롯한 유기동물을 방치됐고 상당수가 죽어가는 가운데 주인공이 극적으로 구출하는 에피소드였다.
이 이야기는 비단 웹툰 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달 부산의 한 옥탑방에서 42마리에 달하는 고양이들이 방치돼있었고 전원 구조에 성공했다. 악취와 오물 등 비위생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구조작업 전에 죽은 고양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애니멀 호더와 관련한 사건은 총 71건으로 약 12%가 증가한 수치를 보이며, 사회적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길고양이들의 위험요소는 비단 애니멀 호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취객들의 무차별적인 공격, 버려진 흉기에 의한 상처 등 수십여 가지에 이른다. 동물보호센터에서 지난 해 구출·치료를 한 고양이는 약 25만 마리에 달했고 이는 역대 최대 수치라고 한다. 고양이의 개체수도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고접수사례 또한 급증해,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길짐승'으로 방치시킬 수가 없다.
캣맘들의 손길로 보살핌
도심 속에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아파트 단지 구석, 쓰레기통 등 거주지가 한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먹이를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이런 딱한 사정 때문에 그들을 보살펴주는 `캣맘(Cat-Mom)'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동네 주민 소수가 모여서 인근의 고양이를 보살펴주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캣맘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면서 대규모 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부산에는 지난 2003년부터 고양이들을 보살펴온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모임이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참여 가능한 이 모임은 자신이 사는 동네의 길고양이 현황을 공유하고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교류한다. 또, 인근지역 주민들과 모여 고양이들을 보살펴주기도 하는데 우리학교와 멀지 않은 개금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개금 백병원 쪽에 있는 수많은 고양이들을 챙겨주는 서민정(32.부산진구) 씨는 "여기로 이사 왔을 때부터 고양이들을 챙겨줬다. 그러다가 나 말고도 챙겨주는 사람이 또 있다는 걸 알고 인터넷 카페를 찾았고 지금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이 고양이를 챙겨주고 있던 김지호(29.부산진구) 씨는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3년 정도 일했다. 일 하다보면 응급으로 다친 고양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자주 본다. 때문에 그들을 챙겨주고 싶어서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따뜻한 사연을 소개했다.
끝으로 그들은 "고양이들은 죽을 정도로 강한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공격하지도 않을 정도로 정말 순한 동물이다. 그래서 경계 없이 다가와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뻗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거창하게 그들의 거처를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들 주변에 있는 위험요소만 없애줘도 고양이에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며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캣맘들의 노력으로 길고양이들은 보다 나은 여건에서 살 수 있다. 고양이들은 캣맘이라 하더라도 처음 경계를 쉽게 풀지 않는다. 하지만 캣맘들의 계속되는 구애와 노력으로 그 경계는 풀리고 서로 교감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이야 말로 하나의 가족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사회인식에 따른 변화의 바람
고양이에 대한 사회인식이 변화되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 기존엔 동물학대혹은 유기에 대한 법률적인 처벌은 없었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턴 해당 행위에 대해선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SNS에 종종 올라오는 `고양이 폭행영상', `길거리 동물 학대영상' 등 대중들의 분노를 들끓게 하는 일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법률적인 점 외에도 사람들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을 흔히 `집사'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고양이 영상만 올리는 채널의 구독자 수가 84만명에 육박하고 페이스북에는 고양이 집사들만의 커뮤니티가 생기는 등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길거리에서 고양이들을 만나고 교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캣카페'도 최근 인기다. 경계심 많은 길고양이는 다르게 캣카페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은 평소 사람들과 접촉이 많은 덕분에 애교 많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배를 보이며 누워서 장난치는 모습,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 등 고양이들의 색다른 모습에 최근 20대들의 방문이 증가한다고 한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고양이들을 보살펴주는 사람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길고양이들의 주변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도심 어두운 곳에 사는 그들에게 먼저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다가가다 보면 언젠간 경계를 풀고 세상으로 나올 것이다. 일본의 아오시마 섬이 그렇다. 아오시마 섬의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공원에서 사람들과 같이 휴식을 취하는데 그 뒤에는 주민들의 배려가 있었다. 이처럼 우리도 지금 도심 어두운 곳에 숨어 지내는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보자 박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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