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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플래카드의 순애보
2018년 03월 12일 (월) 22:46:16 이은지 편집국장 dldmswl550@naver.com

캠퍼스에 봄바람이 찾아와 꽃이 번지기 시작하면, 학생들은 사랑을 찾아 다닐 것이다. 사랑의 말을 잔뜩 품고 온 `플래카드'도 사랑을 받아줄 이를 열심히 찾아 다닌다. 자연대로터리에서, 각 단과대학 앞에서, 도서관 앞 주차장에서,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구석구석에서 말이다. 조금이라도 넓은 터가 있는 자리에는 언제나 플래카드가 인사한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대학생에게 플래카드란 어느덧 관성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슬프게도 더 이상 깊게 알려고 하지 않고 바라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않는 요즘에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높이는 왜 이렇게 높아 보일까. 나와 왜 이렇게 딸어져 있는 것일까.
우리가 이렇게 소홀해질수록 플래카드는 더욱 발버둥 치고 있다. 평범함을 탈피하기 위해서 더 단장하고, 누구보다 개성 있고, 보다 트렌디하게 변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학생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서 어제는 벽에 매달려 있는 대자보가 되었다가 오늘은 작은 나무판에 붙어 날고 있는 팻말이 되면서 말이다.
이 모습 어디서 본 것 같더니, 바로 우리의 현주소였다. 남들과 똑같은 스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특별한 대외경험을 쌓고, 차별되는 독특함을 키우려고 하는 우리. 그렇다면 우리와 닮아있는 플래카드에게 더 애틋할 수는 없는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이것저것 궁금해 하는 연인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쩌면 운명을 바꿀 기회를 찾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오늘도 당신을 기다린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때로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내려와서. 당신이 오면 "이거 너랑 참 잘 어울려. 같이 해보지 않을래?" 말을 걸지만 당신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매정한 사람.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 심지어 당신이 오지 않는 날에도 그 자리에 있는 순애보의 마음을 이제는 알아주면 안될까요?
                                                                                                   이은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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