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7 목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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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기획 시대별로 보는 영화 속 부산
억압의 고통을 딛고 일어난 부산영화의 역사
2017년 12월 06일 (수) 15:06:06 김필남 영화평론가 deupress@deu.ac.kr
   
 

대중의 문화로 자리 잡은 80년대
1980년대에도 한국영화계의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컬러TV의 등장과 외화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는 관객들을 극장에서 멀어지게 한 요소가 되었고, 영화 검열로 인해 노동자들과 도시빈민들의 이야기는 소재 자체가 원천 봉쇄되었으며, 분단 관련 영화는 반공 병영 사회의 반공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었다.
이 가운데 부산영화는 필름 수급 재편 움직임과 더불어 소극장 시대(1982∼1999)가 열리면서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움직인다. 80년대는 미국직배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때 동아극장, 푸른극장, 동남극장, 금성극장, 피카디리극장, 엔젤극장 등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소극장시대가 열린다.
1982년 1월 5일에는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면서 5월 1일에는 `국도극장'이 부산 최초로 심야영화 운영을 시행한다. 또한 1980년 한국영화인협회 부산지회가 지역 최초로 `한국단편영화제'(현 부산국제단편 영화제)를 개최한다. 이 영화제는 젊은 영화인들의 참여와 당시 독재정권의 내용을 담는 등의 과감한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영화제는 지역 단편영화 활성화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 부산영화를 논하면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부산가톨릭센터, 프랑스 문화원 등 비상업권 문화 공간을 중심으로 `좋은영화보기운동'일 것이다. 80년대를 군사정부시기라서 대중문화가 두드러지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해방 후 최초로 독자적인 문화를 갖춘 시기가 바로 이때다. 문화가 시대의 흐름을 바꾼다고 생각한 청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운동이었을 것이다. 먼저, 1982년 개관한 부산가톨릭센터에서 시작한 `좋은 영화 보기 운동'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부산가톨릭센터에서 주로 상영한 영화로 〈분노의 포도>, <시티 타임즈> 등인데 대체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영화들이다. 뿐만 아니라 83년 9월 `영상예술에의 초대'에서 김소동 감독의 〈돈〉을 상영한 이래 매주 수요영화감상회와 국내외 우수 단편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 고다르를 비롯한 해외 유명감독들의 기획영화제를 마련하는 등 영화감상문화 향상에 앞장섰다. `좋은 영화 보기 운동'은 군사정권의 폭압, 자본주의의 모순 등을 고발하며, 영화를 통한 대중문화 운동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앞장섰다고 할 수 있다.
부산가톨릭센터와 함께 부산의 비상업권 문화공간으로 지역 사회 문화에 큰 기여를 한 `부산프랑스문화원'도 있다. 1980년에 개원한 이곳은 부산의 비상업권 영화공간으로 프랑스영화 정보제공 및 프랑스의 고전영화와 우수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소개하고 자체적으로 시네클럽을 운영한다. 부산영화매니아들에게 시네마테크를 대신하는 기능과 편의를 제공하는 등 부산영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1983년에는 부산산업대(현 경성대학교)에서 연극영화과가 신설되면서 영화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되었고, 70년대 영화계의 불황과 함께 침체기를 보내던 부산영화평론가협회도 1984년에 재건되면서 부산영화에 활기를 찾는데 이바지 한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는 2000년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을 제정, 시상하는 등 부산영화인을 발굴하는 데 힘쓰는 등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의 사랑과 가족애
이문열의 소설을 영화화 유현목 감독의 〈사람의 아들〉(1980)은 부산을 주요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로케이션 현장은 영도 일대를 비롯해 자갈치시장, 완월동, 용호동, 나환자촌 등인데, 풍요로움 속에서 정통적인 기독교 신을 부정하고 구도자의 길을 찾아 나선 해방 신학 추종자의 고행과 파국을 그리고 있다. 종교를 다룬다는 데서 파격적인 영화가 아닐 수 없어 보인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신학도 민요섭(하명중)은 야훼(하느님)가 고난 받는 민중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회의에 빠지고,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빈민 구제 사업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야훼를 부정하고 새로운 신을 창조한다. 부산 부두 노동판에서 알게 된 조동팔(강태기)과 함께 거리의 고아, 창녀, 거지, 장애인 등 온갖 불행한 인간들을 모아 천막 교회를 세우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절도,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던 요섭이 스스로 창조한 신에 대해 회의를 품기 시작하고 결국 기도원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이에 분노와 배신을 느낀 동팔은 요섭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영화는 80년 대종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호선 감독의 〈열애〉는 1982년 부산에서 올로케이션된 작품으로 주목을 받는다. 부산 관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8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산 동명극장에서 개봉해 12만 명의 관객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한다.
영화는 1970년대 부산문화방송 음악 프로듀서이자 심야음악방송 `별이 빛나는 밤에'의 인기 DJ였던 故배경모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이때 배경모(김추련)의 활동지였던 부산은 음악, 도시 항구, 낭만의 도시로 묘사되고 있는데, 배경모의 아내 지현(나영희)에게 부산은 남편이 죽은 슬픔의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기존의 부산 로케이션 작품이 이별의 도시나 공간의 이미지를 일회적으로 소비하고 끝났다면 이 영화는 배경모의 직장(라디오 인기 DJ)이 부산이고, 이후 가족들이 부산으로 오게 된다는 점에서 정주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또 영화의 주제인 부산의 의미(사랑과 가족애)와 부합시키려고 한다는 데서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외에도 멜로 영화 〈겨울사랑〉(최하원 감독, 1980)과 〈불새〉(이경태 감독, 1980), 〈꼬방 동네 사람들〉(배창호 감독, 1982), 〈정념의 갈매기〉(김효천 감독, 1983), 〈천사 늪에 잠들다〉(지청언 감독, 1986) 등이 있다. 1980년대 부산에서 촬영한 작품들을 보면 대체로 멜로영화들인데 부산의 고유성을 볼 수 없기에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부산이 영화다
1990년대는 엄혹한 시대를 지나고,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되찾는 시대다. 특히 부산영화 문화의 문을 연 시기로 큰 변화가 있었다. 개인프로덕션 설립, 영화동호회 활동의 활성화, 복합영화관 시대가 열리고, 1999년에는 부산역 광장에서 부산 영화인들이 스크린 쿼터제를 사수하기 위해 궐기대회가 열리는데 이는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부산을 영화도시로 알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부산국제영화제'를 빠뜨릴 수 없다.
1996년 9월 13일 개최한 영화제는 한국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첫 회는 극장으로 둘러싸인 남포동 BIFF 광장에서 열렸으며 31개국, 169편의 작품이 초청되었다.
2000년대 이후 부산은 영화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영화도시로 자리 잡는다. 부산출신의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부산을 거친 남성들의 고향, 사투리와 정겨운 도시로 만드는데 일조한 영화다. 〈친구〉는 미성년자관람불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열풍을 일으켰으며, 이 영화로 부산이 로케이션 촬영이 용이한 지역으로 각인되기 시작한다. 또한 〈친구〉에 등장하는 자갈치나 중구일대는 전국적인 관심을 일으켜 부산을 관광지로 이끌기도 했다.
1930년대부터 2000년까지 영화 속 부산, 부산과 관련된 영화사를 검토했다. 사실 부산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들은 여전히 부산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거나, 부산을 과거의 도시, 거친 남성들(조폭)로 재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부산영화라는 명칭을 부르는 것은 조심스럽다. 부산영화가 부산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단지 로케이션 영화를 부산영화라고 칭하는 것은 단순한 접근방식이기 때문이다. 아직 해결할 문제들이 있지만 영화의전당, 영화박물관의 개관, 작은 영화제(산복도로영화제, 평화영화제 등)가 개최되고 있으며, 영화모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부산을 영화도시라고 주장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 80년대 부산영화사는 홍영철의 `부산영화 100년'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을 참조하여 정리했으며, 극장 관련 자료는 위경혜, `광주의 극장 문화사'를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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