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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의 시네마 Talk Talk
여전히 안드로이드는 기계양을 꿈꾸는가?
2017년 11월 13일 (월) 17:11:06 김병철 교수 deupress@deu.ac.kr

블레이드 러너 2049
 드니 빌뇌브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오랫동안 비평적 찬사와 열혈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1982년 개봉당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거둔 상업적 성공과 찬사에 밀려 완전히 묻혀버리는가 싶었지만 스콧 감독이 보여준 탁월한 시각적 표현력과 깊이 있는 주제의식으로 인해 처참한 흥행성적을 극복하고 SF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리들리 스콧이 만들어낸 미래의 LA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완벽한 시각적 구현으로 이후의 수많은 영화들에 영감을 주었다. 레플리컨트라는 안드로이드를 내세워 인간다움을 탐구한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원작소설인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기계 양을 꿈꾸는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서 실제 AI의 등장과 더불어 더욱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작품이 개봉한 지 36년이 지난 2017년 후속편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하였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제작단계에서부터 커다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걸작의 속편을 만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이 작품의 경우처럼 작품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확고한 인정을 받았지만 흥행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빨간불이 켜있던 작품의 속편을 만든다는 것은 더더욱 부담스런 일이다. 36년이라는 시간의 간격, 작품성을 이어야한다는 의무감, 동시에 원작도 이루지 못한 상업성에 대한 부담감(SF장르에서 이러한 시각적 탁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대한 제작비를 필요로 한다)을 극복하고 드니 빌뇌브는 탁월한 성취를 이뤄냈다.
영화는 전편인 〈블레이드 러너〉의 주인공인 데커드(해리슨 포드 분)와 레이첼의 커플이 사라진 다음 30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 프로그램된 신형 레플리컨트들이 활동하는 세상. 레플리컨트를 추적하는 블레이드 러너인 K(라이언 고슬링 분)은 레플리컨트가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존재를 추적한다. 인간의 외양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보다 더 탁월한 신체적 능력을 가진 존재인 레플리컨트가 출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생물-노예인 레플리컨트가 생물이며 그 자체로서 인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인간사회에 미칠 혼란을 막기 위해 이를 덮으려는 세력과 신인류의 탄생을 위해 이 존재를 확보하려는 세력 사이에서 K는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레플리컨트 레이첼과 함께 잠적해버린 과거의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를 만난다.(데커드가 정말 레플리컨트인가 아닌가라는 의문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극장 개봉 버전의 모호함이 그 논란의 시작이었으나, 감독인 리들리 스콧 자신은 블레이드 러너인 데커드 역시 레플리컨트라고 밝힌 바 있다)
원작자인 필립 K 딕은 레플리컨트가 인간의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공감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차별화됨을 이야기한다.(인간은 감정이입을 통해 양과 같은 동물을 키우는 것을 꿈꾸지만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키우는 것을 꿈꾸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기억과 헌신이라는 또 다른 요소를 들어 인간다운 안드로이드와 인간답지 못한 인간을 대비시킴으로써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드니 빌뇌브는 이 가운데에서 특히 기억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이것이 공감과 헌신으로 이어지는 특별함이라고 말한다. 인간다움이란 그 출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레플리컨트의 자식이건 인간의 자식이건 간에) 시간을 견디며 대상과 직접 접촉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따라서 레플리컨트인 K와 일종의 AI 홀로그램인 조이의 관계 역시 인간다움을 만드는 특별한 기억을 형성한다).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플레이드 러너 2049〉는 전편의 특징을 이어받으면서도 차별화시키는 전략을 보여준다. 비내리는 도시라는 누아르적이면서도 디스토피아적 세계는 먼지가 흩날리는 폐허라는 또 다른 불모의 디스토피아적 세계로 이어진다(온난화, 건조화라는 전지구적 자연재해의 구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큰 줄기를 이어받으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전략. 〈블레이드 러너 2049〉는 36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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