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화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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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을 교육답게, 대학을 대학답게
우리 대학 개교 40주년을 축하하며
2017년 11월 13일 (월) 13:59:41 사설위원 deupress@deu.ac.kr

올해 〈학교 2017〉이라는 드라마를 관심 있게 보았다. 대학 입시 준비에 몰두하는 고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현행 교육 제도의 문제점들이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학교 안의 일상을 문제적으로 다루고 있어 주목되었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과 성적 위주 입시의 개선을 위해 마련된 `학생부종합전형'과 같은 대학 입시 제도가 `학부모종합전형'으로 불리는 현실을 보고 있자니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교육 민주화의 역설이랄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를 악용하고 왜곡하는 현실에 대한 적절한 통제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그 제도는 실패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올 해 교육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학교가 규격화된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처럼 돼선 안 될 것"이라며, "다양성을 훼손하는 획일적 교육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입시경쟁, 사교육비, 심화되는 교육 격차"라면서 "입시제도는 단순하고 공정하다고 국민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언론 보도에 따른 인터넷상의 댓글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수능으로의 단순화가 정답"이라는 식의 문제제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동안 교육부 정책이 학교 현장과 얼마나 많은 괴리가 있었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시선이 얼마나 냉소적인지를 깊이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에 제시된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만큼은 탁상공론이 아닌 당면한 교육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이 실질적으로 나와서 진정한 교육 민주화의 길로 가는 초석이 되길 바라는 마음 더욱 간절하다.
중고등학교 교육 현실의 모순은 고스란히 대학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문의 전당이요 지성인 양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의 본질적 사명은 취업과 실용이라는 우리 사회의 현실적 요구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실무적인 현장 교육의 강화로 인해 각각의 전공 분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해도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각종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인문학의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대단하지만, 정작 대학에서의 인문학 교육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오로지 대학 입학이라는 결과 지상주의에 매몰된 것처럼, 대학 교육 역시 오로지 취업이라는 결과를 향해서 달려가는 폭주기관차가 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몰론 취업과 실용은 대학 교육의 중요한 가치와 목표 중의 한 가지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데만 치중해서도 안 된다.

다만 전공 교육의 내실화가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라는 결과에 대한 과도한 의식이 전공 교육의 핵심적인 과정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악순환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대학 교육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들은 전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보았던 성현들의 가르침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십 년도 내다보지도 못하는 교육 현실의 급격한 변화는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개강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듯한데 어느새 가을은 깊어져 우리 대학 캠퍼스 곳곳이 가을 향기로 가득하다. 올해로 우리 대학은 개교 40주년을 맞이했다. 교직원과 학생 모두는 지난 40년 간 우리 대학의 성장과 발전을 뒤돌아보면서 진심어린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자신이 살아온 40세의 나이를 일컬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뜻에서 불혹(不惑)이라고 했다. 불혹을 맞이한 우리 대학은 이제 세상의 어떤 미혹함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인간의 도리와 우주의 이치를 추구하는 동의지천(東義知天)의 건학이념이 성숙한 중년의 기품으로 발전함으로써, 다가오는 50주년에는 하늘의 명을 아는 지천명(知天命)의 세계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할 것이다. "숲이 우거지면 새가 날아든다"라는 설립자의 교육 철학을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겨야 할 때다. 학문과 지성의 전당인 대학을 올바르게 가꾸어 나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대학을 우거진 숲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보았던 설립자의 숭고한 뜻이 요즘 들어 더욱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의 사업을 유치하거나 취업률 등을 제고하는 것은 분명 대학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이와 같이 일시적으로 새가 날아드는 당장의 결과에 얽매여 눈앞의 현실에만 전적으로 기대는 것은 오히려 상당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개교 4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대학 모든 구성원들이 숲이 우거지면 저절로 새가 날아드는 참다운 교육의 전당을 만들어가는 데 더욱 협심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교육을 교육답게, 대학을 대학답게', 이러한 당당한 선언이 개교 4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대학이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힘찬 발걸음과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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