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화 10:54
> 뉴스 > 문화 · 정보
     
[연재 기획]시대별로 보는 영화 속 부산
1960년대, 근대화의 바람과 함께 불어온 부산영화의 열풍
2017년 09월 27일 (수) 18:17:09 김필남 영화평론가 deupress@deu.ac.kr

1960년대 부산은 급격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60년대 부산은 한국전쟁기에나 볼 수 있었던 인구증가율(58.6%)의 추세를 보인다. 가속화된 근대화 과정에서 농촌의 해체가 일어나면서 도시로 인구 이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때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락거리는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당시 부산에는 동명극장(1961)부터 태화극장(1962), 부영극장(1969), 국도극장(1969) 등 여러 극장들이 곳곳에 생기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부산에는 의미가 있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한국영화사 초창기 촬영·현상·녹음전문 등 영화기술 분야의 개척자인 이필우 선생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한국영화인협회 부산지회(1964)를 결성했다. 이는 지역 최초로 만들어진 단체이기도 하다.

 

   
      영화'아낌없이 주련다'포스트 

아낌없이 주는 사랑
부산이 로케이션의 최적의 장소로 인식된 작품은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1962)이다. 영화는 1·4 후퇴 당시의 항도 부산, 외로움에 지친 30대 미망인과 세상 물정을 모르는 연하남 청년(신성일)의 애절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연상연하 커플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진실한 연인의 모습을 애잔하게 그리지만 비극으로 끝난다. 정부가 미망인의 돈을 뜯어가는 등 그녀를 괴롭히면서 미망인이 병을 얻기 때문이다. 청년은 온갖 정성을 다하여 미망인을 간호하지만 미망인은 끝내 죽음을 맞이하고 그는 절망한다.
사실 이 영화는 피난시절의 부산 모습이 드러나기 보다는 연인들의 사랑을 간직한 장소로 포착된다. 특히 송도와 다대포에서 촬영한 해변의 러브신은 지금까지도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사랑 이야기로 시선을 끈 동시에 신성일을 일약 스타로 만든 화제작으로 유명하다. 사랑하는 연인의 곁을 지키는 지고지순한 모습과 잘생긴 외모가 대중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한국의 `에바 가드너'라고 불린 이민자와 신성일이 부산 다대포에서 키스신을 촬영했을 때는 구경하려고 모인 수천 군중들로 시내버스들이 대혼잡을 이루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동아일보》, 1962.8.27.)
유현목 감독의 경우, 〈아낌없이 주련다〉로 부진했던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며 제6회 부일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영예를 누렸다. 이후 감독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뚜렷한 이슈와 새로운 영상언어를 구사하면서 화제의 초점이 되었고 이후 영화작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혀나간다.
엄신호 감독의 영화 〈이별의 부산 정거장〉(1961) 또한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한국전쟁기 부산의 순정파 기생 정채옥(김지미)이 부산으로 피난 온 김진오(최무룡)을 사랑하게 되어 김진오의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며 뒷바라지를 한다. 그러나 김진오의 옛 애인이 딸을 안고 찾아오면서 둘은 어쩔 수 없이 이별을 선택한다.
〈아낌없이 주련다〉가 파격적인 사랑을 다룬다면 이 영화는 여성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어디서 본 듯한 신파 멜로극이다. 또한 부산을 촬영지로 선택했음에도 피난민들의 애환은 찾아볼 수 없으며 대부분 서울에서 촬영되었기에 부산영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이별하는 정거장, 부산역은 연인들의 헤어짐을 애틋하게 만들어주는 장소이다.

 

   
         영화'갯마을'포스트

여성들의 연대, 갯마을
김수용 감독의 〈갯마을〉(1965)은 뛰어난 영상미와 연출로 60년대 수작이라고 손꼽힌다. 영화 속 아름다운 갯마을은 부산 인근의 일광면 이천리 바닷가(기장군)인데 이곳은 유독 과부 아낙들이 많다. 고기잡이배가 바다로 나아가 풍랑을 만나 남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 거듭되면서 과부들만 모여 사는 곳이 된 것이다.
주인공 해순(고은아)도 바다로 나간 남편이 폭풍을 만나 죽게 되면서 결혼한 지 일주일도 못되어 청상과부가 되었다. 시어머니와 시동생과 살아가던 해순에게 어느 날 떠돌이 상수(신영균)가 나타나고 해순은 몸을 빼앗기고 만다. 두 사람의 관계가 마을에 소문이 나자 해순의 시어머니는 상수와 떠나라고 권유한다. 해순은 이제야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불행은 끈덕지게 해순을 찾아온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김수용 감독이`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당시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성(性)적 매력을 피력하거나 가부장제의 윤리규범 속에서 억눌려 있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했다면, 〈갯마을〉의 여성들은 남성이 떠난 자리에서 슬픔에 잠겨 있기 보다는 끼니를 잇기 위해 갯벌에 나가 조개, 소라, 미역들을 따면서 생을 이어 나간다.
즉 스스로의 노동, 즉 경제적 활동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적극적인 모습과 달빛 아래에서 과부타령을 부르며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갯마을〉은 다른 영화와 차별점을 둔다. 해순의 경우에도 상수와 함께 떠나는 것이 사람들의 시선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났기보다, 시어머니의 권유와 해순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결정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사랑하는 남자와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 〈사랑 손님과 어머니〉(신상옥 감독, 1961)와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 〈갯마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반부에 비해 해순과 상수가 육지 생활로 나가면서 묘사된 후반부가 억지스럽고 산만하다는 점, 갯마을로 다시 돌아온 해순이 건강함(생명력)을 잃은 부분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촬영지인 일광 바다는 억세고 굳센 여성들의 생활의 터전(일상의 공간)이 되면서 영화가 공간을 사유하는 좋은 예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시대적 배경이 일제 말기이고 부산의 근대적 풍경과는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영화'마도로소 박'의 장면 (1)

항구 누아르?!
영화 〈지상의 비극〉(박종호 감독, 1960)과 〈마도로스 박〉(신경균 감독, 1964)은 앞선 서정적인 영화와는 달리 남성 중심의 영화이면서 동시에 항구를 배경으로 한 누아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지상의 비극〉은 부산의 제3부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제3부두에서 밀거래가 이뤄지는 등 음침한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제3부두는 1964년 이후 젊은 용사들이 베트남 전쟁터로 떠나던 국방부 전용부두였기에 이별에 슬퍼하는 애잔하고 애환이 묻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이다.
밀수와 첩보 문제를 연결시킨 영화 〈마도로스 박〉은 간첩에게 복수 하는 내용으로 박진감 있게 서사가 진행된다. 특히 `의리에 죽고 사는 바다의 사나이/풍랑이 사나우면 복수에 타는 불길/바다를 주름 잡아 떠돈 지 몇몇 해냐/얼마나 그립던 내 사랑 조국이냐/돌아온 사나이는 아, 그 이름 마도로스 박' 영화보다 더 유명한 이 노래는 가사에도 드러나듯 고향을 떠나 있던 바다 사나이의 마음과 조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항구를 배경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영화는 1970년대 이후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데 사실 영화 속에서 부산이라고 명명은 되고 있지만 서울과 가까운 인천에서 촬영된 영화가 더 많다. 항구 영화는 다음번 지면에서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영화'마도로소 박'의 장면 (2)

부산은 없는, 부산 영화
1960년대는 영화 제작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영상미학을 고려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많은 화제작들이 부산을 촬영지로 선택하며 부산영화의 맥을 이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부산과 영화가 잘 스며들지 못하거나 개발과 발전의 시대와 달리 토속적인 공간으로 머물러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부산은 피난민들의 생존 공간, 이주민들의 공간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지역의 정서, 문화적 고민이 드러나지 않고 단순하게 그려진다. 이는 감독의 연출력 문제로만 환원할 수 없다. 서울 중심의 시선으로 부산을 본다면 부산은 곧 떠나야 할 장소(〈이별의 부산 정거장〉)이고, 바다라는 억세고 거친 이미지(〈마도로스 박〉)는 쉽게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신파 멜로는 당시 흥행이 보장된 장르임을 고려한다면 부산의 디테일한 면모까지 살펴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필남 영화평론가의 다른기사 보기  
ⓒ 동의대신문(http://www.deupress.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최근 인기기사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학교 건립
꼴뚜기
거북이
산업디자인전공 27명 각종대회 수
부산진구와 지역발전포럼 창립
동문 교수 및 직원 장학금
태권도진흥재단과 업무 협약
`올해의 대학박물관' 수상
디그니타스교양교육연구소, 명사 특
[잡(JOB)서포터즈 알짜정보]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14-714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엄광로 176번지 동의대학교 상영관 3층 동의언론사 신문편집국
Tel 051-890-1792~3 | Fax 051-890-1819
Deupress.or.kr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08 동의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eupress@de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