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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세평]시와 에세이 부흥 속 강요된 이야기들
2017년 09월 27일 (수) 17:23:49 임회숙(문학인문교양학부) 교수 deupress@deu.ac.kr

가을이다. 그리고 독서의 계절이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칭하는 이유는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 좋다는 뜻일 터. 선선한 바람 끝에 떨어지는 낙엽을 벗 삼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정신도 살찔 것 같다. 그런데 독서의 달 혹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말이다.
왜 우리나라에만 독서의 달, 독서의 계절이란 말이 있는 걸까. 1994년 도서관 및 독서 진흥법 시행에 따라 독서의 달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정부 주도하의 독서 운동이란 말이다. 일인당 독서량이 한 달 한 권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를 보면 정부 주도하의 독서 운동이라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한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전부터 `시'와 `에세이' 분야 책들이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달, `시'와 `에세이' 판매량은 전월 동년 대비 25%나 늘었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대작이 출판되고, 수많은 자기 개발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서점에 나오는 이때 `시'와 `에세이' 판매량이 늘었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듯하다. 혹자는 SNS나 메신저 등 단문 소통이 일상화된 요즘 길이가 긴 소설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시'와 `에세이'이 판매량이 늘어났다. 또, 독서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짧은 글을 선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일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현대인의 감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상공간에는 친구들이 넘쳐난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SNS 인맥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맥을 정리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진정성'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현상은 보여주기 식 인맥관리에 지친 사람들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만나거나 교감하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역시 일맥상통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와 `에세이'는 중요한 도피처가 될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현실과 돈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된 지금,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의 감정을 위로받고 싶은 것일지 모른다. 그러니, 로봇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감정을 위로해 주는 `시'와 `에세이'의 강세는 어쩌면 당연하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현상은 이어지지 않을까? 모든 곳에 스토리텔링이 넘쳐난다. 지역의 관광지를 홍보하는 것에서부터 각종 게임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홍수를 이룬다. 무엇이든 적당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무엇이든 지나치다. TV를 켜도, 라디오를 틀어도, 하다못해 각종 브로슈어(brochure)를 열어도 그 속엔 이야기가 있다. 감성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보만 담긴 이야기. 그런 이야기는 강요되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감성 없는 강요된 이야기에 지쳐간다. 이야기 속에 묻힌 사람들이 `시'와 `에세이'를 찾는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 감정의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은 아닐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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