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4 화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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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신영복,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선생이 전하는 '두 발 걸음' 공부
2017년 06월 02일 (금) 15:11:04 원양희(일어일문·89학번·졸) 시인 deupress@deu.co.kr

담론은 말로 하는 언어에서는 한 마디의 말보다 큰 일련의 말들을 가리키고, 글로 쓰는 언어에서는 한 문장보다 큰 일련의 문장들을 가리키는 언어학적 용어이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여년 감옥생활을 하신 신영복 선생은 담론이라는 갈래로 이 책을 펴냈다.
신영복 선생은 지난해 작고하셨고 최근 여러 권의 유고추모집이 발간되기도 하였다. 생전에 펴낸 몇 권의 책이 있지만 선생은 한 번도 책을 내기 위한 집필을 한 적이 없다. 선생의 첫 책이면서 잘 알려져 있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편지글 모음이었듯, 이후의 책들 또한 선생의 강의나 말씀을 제자들과 지인들이 엮어낸 것이다. 이 책도 신영복 선생이 작고하시기 한 해 전 선생의 강의를 채록한 형식이다.
책의 1부는 「시경」, 「논어」, 「노자」, 「장자」, 「주역」, 「한비자」, 「묵자」 등 인문(人文)의 보고(寶庫)라는 동양 고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신영복 선생은 `인문학'을 `세계 인식'이자 `성찰'이라 하시며 이러한 통찰을 기르는 데 무엇보다 고전을 읽어야 함을 강조한다.
사실 고전 공부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며 오랜 수고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두고 신영복 선생은 한비자에 나오는 용어 `졸성(拙誠)'으로 이야기한다. `졸성'은 졸렬한 성실이다. 어리석고 졸렬하지만 성실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다. "졸렬하지만 성실한 삶, 그것은 언젠가는 피는 꽃"이라 말한다.
또한 신영복 선생은 이들 고전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관계'이며 책 전체 화두 또한 `관계론'이라고 한다. 세상에 온전히 홀로인 사람은 없다. 사람은 언제나 관계 속에 놓여 있다. 이 관계 속에서 사람의 모습이 나오게 된다.
사물이나 사건 또한 그것이 맺고 있는 관계망 속에서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도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것이다. 또한 삶을 살아간다는 자체가 만남의 연속이며 그 만남을 통해 연대가 이루어지고, 연대는 관계론의 실천이며 `함께 살아감'이다.
이렇게 1부의 내용이 책과 이론을 통한 공부라면 2부의 내용은 인간과 현실을 통한 공부에 대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선생은 이를 `두 발 걸음' 공부라 표현한다. 선생은 수감생활을 `공부'라하고, 교도소를 `대학'이라 부르며 그곳에서 만난 재소자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가난한 사람들의 슬픈 그림'이라고 한다.
세상과 타자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책과 이론을 통한 공부, 사람과 세상을 통한 공부, 어느 쪽도 놓친다면 절름발이 공부가 될 것 이다. 선생이 말씀하신 이 `두 발 걸음' 공부를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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