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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전국 고교생 백일장 산문 부문 장원
2016년 06월 09일 (목) 15:20:54 김다영(부산백양고·3) deupress@deu.ac.kr

<얼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 건 아마 그 사람과의 사이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게 해줄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의 눈을 볼 때면 내가 먼저 피하고 그 사람의 입을 볼 때면 무슨 말이 나올까 귀를 막게 되고 얼굴을 보면 내 마음이 터질 것 같아 늘 혼자서 숨어 버리고 몰래 훔쳐보기만 했습니다. 내가 몰래 훔쳐보는 걸 그 사람은 알았는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우며 다시 뒤돌아 나를 앞장서서 갑니다. 왠지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창피하고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 같아 왠지 화가 났습니다. 나의 좋아하는 마음을 알면서도 자꾸 뒤돌아서서 가시 뻗친 나무처럼 가시를 세우는 그가 나는 자꾸만 미워집니다. 그 사람의 눈을 맞추며 내가 고백을 하는 데에도 그는 눈 하나 꿈벅하지 않고 멍하니 아주 멍하니 그저 서서 눈만 내려 깔고 입술만 희미하게 씰룩 거립니다. 나는 내 마음을 뻥하고 걷어찬 그 입술이, 나를 무심하게 쳐다보는 그 초점 잃은 한쪽 눈이 나를 점점 그의 얼굴이 시야에 멀어져 멀어져서 콩나물 머리만 보이게 멀어져 갑니다. 무참히 짓밟힌 내 마음이 떨어진 땅에는 무더운 날 왜 살겠다고 나온 파란 새싹 하나가 꿈틀대며 나오는지, 한동안 장마 때문에 비 마를 날 없었던 하늘엔 왜 이리 깨끗하고 아름다운지 세상은 내 편이 아닌가 봅니다. 살겠다고 기어 나온 작고 여린 새싹을 뜯어들고 씩씩대면서 그 사람에게 왜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냐고 원망하려고 새싹을 버리지 못한 채 손에 들고 뛰어 그 사람에게 갔습니다. 한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넓고 넓은 잔디밭 동산에 오직 한 그루 나무 밑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흰나비 두 마리와 직접 짠 삼베 원피스를 입고 누워 있었습니다. 그를 일으켜 그의 얼굴을 보니 내가 사랑했던,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했던, 미치도록 그리워했던 내가 사랑한 사람 엄마의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곱디고운 엄마의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믿을 수 없어 두 손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야윈 얼굴을 붙잡고 미치도록 그리웠던 밀어내고 싶어도 사랑하고 싶었던 내가 사랑한 사람 엄마의 얼굴을 그제서야 똑바로 볼 수 있었습니다. 볼록했던 이마는 푹 꺼져앉아 더 이상 하늘의 내려오는 햇살을 받칠 수 없고, 이마의 3개의 주름살은 이미 그의 삶이 지층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주듯 갈려져 있었습니다. 숱 많다고 자랑하던 송충이 눈썹은 잔디밭 갈듯 모나게 갈려있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축 처진 눈꼬리는 얼마나 주눅이 들었는지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남아 있던 한쪽 눈마저 맑고 청아한 흰색은 어디가고 또 선명했던 검은색은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삭힌 계란의 흰자처럼 몽롱하고 검은색 눈동자는 다 지워져 고등어의 밑 배처럼 색깔을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나를 찌를 것 같았던 높은 콧대도 온 데 간 데 없고 땅바닥으로 닿을 듯 축 처진 콧대, 눈 밑 자글자글한 주름에 밀리고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기미, 주근깨의 선명함으로 투명했던 피부는 없고 지저분한 피부가 되어 얼굴을 잡고 있던 내 두 손을 더욱 아프게 때립니다. 나를 향해 시계바늘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연분홍 입술은 내가 아무리 깨워도 입 뻥긋 하지 않는 새파랗게 질린 입술이었습니다. 내가 왔는데도 왜 이제 왔냐고 묻지도 않고 왜 자기를 버리고 떠나갔는지 화를 내지도 않고 내 얼굴을 보며 흘리던 희미한 웃음도 띠지 않은 채 그저 내가 사랑한 내가 그리워한 엄마는 그렇게 조용히 누워있었습니다. 이제서야 내가 왔는데 멀고도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내 걸음이 느려터진 건지 엄마가 너무 빨리 갔는지 깨워도 깨워도 미동조차 없고 흰나비 두 마리만이 엄마의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그제서야 이젠 다시는 한쪽 눈으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나를 담아내려고 했던 그 작은 눈을 나에게 수천 번 해도 내가 듣지 않은 사랑한다는 소리를 내던 그 연분홍빛 입술도 내가 했던 모진 고백들을 다 듣고 돌아서서 내가 보지 못하게 가시를 뻗치고 흘렸던 눈물들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진심이 계속 올라올 때마다 내가 무참히 뽑은 새싹들을 엄마 눈에 보여주며 쓰레기통에 버렸던 내가, 언제나 내가 잘 되길 바라며 하늘을 끝없이 쳐다보다 생긴 주름살을 내가 보지 않았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만큼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리울 엄마의 얼굴. 그 얼굴들을 내 가슴 속에 묻어 간직해두었다가 내가 늙고 나서 꺼내보려고 합니다. 그때쯤엔 저도 엄마의 얼굴처럼 비슷해지겠지요. 비슷해 질 때쯤 묻어 두었던 사랑했던 엄마의 얼굴과 그때까지 엄마의 얼굴을 그리워했던 내 얼굴도 같이 고이 접어서 엄마를 다시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가지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못났던 저를 받아주셔서. 사랑합니다. 매일 저를 위해 아름다움을 포기했던 그 늙은 엄마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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